매일신문

가해자 항의·신변 위협도…아동학대 전담공무원 '격무' 호소

[르포] 대구 달서구청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석달간 149건, 1인 평균 1.6건…"문제 없다" 소리치는 부모 다수
보호자 앙심 품을 땐 위험 노출…부모·자녀 분리하는 기준 모호

지난 8일 오후 2시쯤 대구 달서구청의 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배주현 기자
지난 8일 오후 2시쯤 대구 달서구청의 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배주현 기자

지난 6일 오후 2시쯤 대구 달서구청 여성가족과 아동보호팀. 학대 의심 신고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고등학생 A(19) 군이 학업으로 부모와 갈등을 빚다 정서·신체적 체벌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이틀 후인 8일 오전 아동보호팀의 B주무관은 A군과 면담을 마친 뒤 사무실로 돌아왔다. 아동학대 대응 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신고가 접수된 날 피해자와 면담을 해야하지만 약속 잡기가 쉽지 않아 첫 면담이 이틀 이후에나 이뤄졌다. B주무관은 다음 면담 일정을 잡고자 A군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좀처럼 연결되지 않았다. 문자 몇 통 남긴 뒤에야 다시 연락이 닿았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제로 대구시의 전담공무원들이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 조사부터 가해자 면담까지 매일 신변 위협에 시달리며 24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중 달서구에는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10명과 아동보호전담요원 2명으로 구성된 아동보호팀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지난 10월부터 3개월간 받은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모두 149건으로, 1인당 하루 평균 1.6건이다.

◆가해자 항의에다 신변 협박까지 받아

아동학대 업무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전담공무원들은 피해자, 피해자 주변 지인, 가해자 순으로 만나 정황을 파악해야 한다. 이후 사례 판단 회의를 거쳐 학대 여부 판단을 내린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선 매뉴얼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조사를 위해 피해자 및 지인, 가해자와 만나기 위한 약속을 잡는 데 난항을 겪는 탓이다.

아동보호팀 C주무관은 "초등학생 이하 아동의 경우 가해자로 지목된 부모와 함께 피해자를 만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부모의 거절은 물론 '문제없다'고 되레 소리치는 경우가 대다수다"며 "학대 조사 과정이 길다보니 여기에 중압감을 느껴 한 번 만난 후 조사를 피하는 피해자들도 상당하다"고 털어놨다.

진술이 제각각인 점도 업무를 어렵게 한다. 피해자의 거짓 진술이 없는지 심층 조사가 필요한 것은 물론 '또 뭐가 더 남았느냐'며 반발하는 가해자들을 상대로 면담을 계속 끌어가야 하는 점이 만만찮다.

D주무관은 "'당신 때문에 이혼하게 생겼다'는 등 협박이 수시로 들어온다. 언제든 앙심을 품은 보호자들과 맞닥뜨려야 하는 위험에 노출된 것"이라며 "퇴근해서도 휴대전화를 놓지 않는 등 직원 모두가 24시간 내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연간 신고 2회면 가정 분리… 능사 아니야

아동학대 전담공무원들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달서구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10건 중 8건은 대부분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으로 인한 것이다. 특히 학업을 두고 갈등이 생겨 부모가 아이들을 훈육하고 체벌하는 경우가 잦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겁주고자 신고하는 등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부모와 갈등이 생기면 학대 신고를 한 뒤 부모님을 피해 쉼터나 시설에 잠시 머물렀다 집에 돌아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 3월부터 시행되는 연 2회 이상 학대 의심 신고 대상 아동을 부모와 바로 분리하는 '즉각 분리제도'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시설 부족은 물론, 학대의 범위가 넓고 사건도 각양각색이다 보니 일괄적 분리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C 주무관은 "사안이 엄중하거나 피해자가 원해 가정 분리가 이뤄지는 등 사례가 다양하지만 얼마나 분리시켜야할지 기준도 없는데다 집과 멀리 떨어진 쉼터에서 아이의 등하교 문제 등 고려해야할 것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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