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장없이 체포 가능"…촛불 시민 협박한 영등포경찰서

10일 오후 5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연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10일 오후 5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연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각자 준비한 제각각의 촛불을 들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모습.
각자 준비한 제각각의 촛불을 들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모습.

"방역 예방 활동 공무 수행을 방해하면 형사법 등에 따라 현장에서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습니다."

촛불 시민을 상대로 경찰이 '방역 위반 혐의'로 체포 협박을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오후 5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선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관계자 9명이 모인 소규모 집회가 열렸다. 협회는 오후 5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집회 신고를 하고 합법적 집회에 나섰다. 협회는 "정부의 이번 방역 대책으로 청년 3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며 "실효성 없는 정책만 계속 나와 헬스장 운영주 모두가 굶어 죽기 직전"이라고 했다. 코로나 시국이지만 정부는 9인 이하의 소규모 집회에 대해선 허용하고 있다.

최초 인원은 9명이었지만 일반 시민이 하나씩 몰리기 시작하며 집회에는 순식간에 100여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들은 전기 촛불과 일반 촛불 등 각자 재각기 준비해 온 촛불을 하나씩 켜기 시작했다. 집회에 참여한 한 시민(34)은 "피트니스업계가 너무 어렵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찾아 왔다"며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온 것일 뿐"이라고 했다.

문제는 경찰이 방해 방송을 시작하면서부터 발생했다. 협회 쪽에서 미리 준비한 성명서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자 경찰은 협회가 성명서를 읽는 중간에 바로 경고 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협회 쪽의 목소리는 경찰의 경고 방송과 엉켜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이에 협회 쪽에선 "성명서라도 제대로 읽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계속 해산 명령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이었다.

협회 쪽과 경찰의 방송 전쟁이 계속되던 오후 5시 30분쯤 촛불을 든 시민은 순식간에 300여 명을 넘겼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서울 영등포경찰서 경비과는 이동식 상황실 승합차와 대형 경고 방송 차량을 투입했다.

집회 현장 인근 이동식상황실에서 촛불 시민을 상대로 체포 협박 방송을 하던 영등포경찰서 관계자. 취재진을 보자마자 황급히 커튼을 닫았다.
집회 현장 인근 이동식상황실에서 촛불 시민을 상대로 체포 협박 방송을 하던 영등포경찰서 관계자. 취재진을 보자마자 황급히 커튼을 닫았다.

작은 앰프에 의지해 성명서를 읽던 협회의 호소는 경찰의 경고 방송 차량의 큰 경고 방송에 묻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이어 경찰은 체포 예고 방송을 시작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경비과장은 "경찰서장의 권한을 받았다"며 "행정 명령 요청에 따라 현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방역 예방 활동 공무수행을 방해하면 형사법 등에 따라 현장에서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했다.

협회 쪽에서는 "우리는 9인 이하로 집회 신고 뒤 진행하고 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걸 어떻게 하는가"라고 항의하며 "잡아갈 테면 잡아 가라"고 했지만 이 목소리조차 경찰의 경고 방송에 묻혔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38)은 "경찰은 협회가 성명을 다 읽은 뒤에 해산을 요청해도 충분했다. 근데 성명조차 못 읽도록 집회를 방해하고 체포 협박을 하고 있다"며 "이게 촛불 정부인지 군사 정권인지 헷갈릴 판"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서울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집회 방해가 아니다. 주변에 같이 집회에 참석하는 형태를 보이는 건 집시법 위반이다. 단순히 해산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일반 시민이 자율적으로 왔더라도 모두가 촛불을 든 걸로 보아 동일한 목적이기에 절차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달 8일부터 4주에 걸쳐 강행한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집합 금지 조치를 이달 17일까지 2주 더 연장하겠다고 지난 3일 밝힌 바 있었다. 지난해 3월 4주, 8월 3주 '영업 정지'를 당하고 11월 24일 '제한 운영' 조치 2주에 추가로 4주 더 영업이 정지됐던 전국의 헬스장 약 1만 곳의 업주는 아사 위기에 직면했다. 협회 차원에서 강하게 반발하자 정부는 "청소년 보육까지는 허용해 주겠다"고 했다. 협회에 따르면 청소년 헬스장 이용객은 헬스장 이용인원 전체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