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태형의 시시각각] ㉜ 삽살개가 준 선물, 바둑이

경산시 와촌면 경산의 삽살개연구소에서 육종한 바둑이
경산시 와촌면 경산의 삽살개연구소에서 육종한 바둑이 '대박이'가 새끼 바둑이와 산책을 즐기고 있다. 바둑이는 30여 년 대를 이은 삽살개 복원 과정에 1%미만의 빈도로 태어나 현재 32마리에 이른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산의 삽살개연구소에서 육종한 새끼 바둑이.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산의 삽살개연구소에서 육종한 새끼 바둑이.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산의 삽살개연구소에서 육종한 새끼 바둑이.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산의 삽살개연구소에서 육종한 새끼 바둑이.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조선 영조시절 궁중 화가 남리 김두량(1696~1763)이 43세때 그린 삽살개 그림. 글은 영조가 직접 썼다.
조선 영조시절 궁중 화가 남리 김두량(1696~1763)이 43세때 그린 삽살개 그림. 글은 영조가 직접 썼다. "사립문에서 밤을 지킴이/ 네 소임이거늘/ 너는 어찌하여 길 위에서/대낮에도 짖어대느냐" 사진=경산의 삽살개연구소 제공.

1948년 첫 국정교과서 국어책
1948년 첫 국정교과서 국어책 '바둑이와 철수'(왼쪽)와 1980년 국어책표지 바둑이 그림. 사진=세종 교과서박물관
삽살개 복원에 평생을 바친 경산의 삽살개연구소 하지홍(69) 이사장과 장난 치는 바둑이
삽살개 복원에 평생을 바친 경산의 삽살개연구소 하지홍(69) 이사장과 장난 치는 바둑이 '대박이'.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삽살개 육종 과정에 태어난 바둑이
삽살개 육종 과정에 태어난 바둑이 '대박이'. 얼룩무니, 누운 귀, 풍성한 꼬리털,주둥이의 까만 점 등 옛 바둑이의 외형을 그대로 타고났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바둑 아, 바둑 아 이리 오너라 나하고 놀자."

"영이 야, 영이 야, 바둑이는 너하고 놀잔다.

나는 학교로 간다."

철수가 학교 가면 영이의 친구가 됐습니다.

기영이, 순이, 동수도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아재'들의 아련한 동심(童心)속 그 바둑이가

국어책을 박차고 돌아왔습니다.


경북 경산시 와촌면 '경산의 삽살개육종연구소'.

산책길 찬바람에도 '대박이'는 신이 났습니다.

손주뻘 막둥이도 토끼 뜀박질로 따라 나섰습니다.

얼룩무늬에 누운 귀, 풍성한 꼬리털, 흰 주둥이에 점까지

고무신을 곧잘 물던 영락없는 그 바둑이였습니다.


바둑이는 뜻밖의 선물이었습니다.

삽살개 복원 시작(1985년)후 10년, 우연히

털이 긴 얼룩무늬 삽살개 한마리가 태어났습니다.

20년이 흘러 이번엔 털이 짧은 얼룩무늬 삽살개,

놀랍게도 멸종된 줄 알았던, 278년 전 조선의

김두량이 그린 민화 속 삽살개 바로 그 녀석이였습니다.

삽살개 복원 30여 년. 대를 이어 육종을 거듭하자

장모(長毛) 삽살개에서 단모(短毛) 삽살개가 3%,

단모 얼룩무늬 삽살개, 바둑이는

1% 미만의 빈도로 태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원광석(삽살개)에서 금(바둑이)를 캔 기분이었습니다.

삽살개육종연구소 하지홍(69) 이사장의 '36년 집념'에

경산시, 문화재청의 아낌없는 지원이 컷습니다.

1992년, 삽살개를 천년기념물(368호)로 정한 뒤

제대로 복원하자며 재단과 연구소를 믿고 도운 결실입니다.


삽살개 성품 그대로,

순하고 충직하고 애교 만점에 인내심도 짱인 바둑이.

연구소엔 32마리의 동심속 그 친구가 자라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들 중 똑똑하고 건강한 개체를 골라

삽살개처럼 바둑이의 옛 원형 되살릴 계획입니다.

말티즈, 푸들, 시추, 치와와, 골든리트리버….

불과 수십년 만에 이들이 안방을 차지했습니다.

동경이(경주),불개(영주), 오수개(임실), 거제개(거제).

세계에 내놔도 손색 없는 한민족 반려견입니다.

제대로 복원해야 할 토종 자산입니다.


하얀 눈이 내리던 날, 바둑이와 같이 간 구두 발자국….

다시 함께 가볼 그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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