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예와 악이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

유대안 대구합창연합회 회장
유대안 대구합창연합회 회장

고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제후국들이 서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인 기간이다. 500년이 넘는 전쟁의 소용돌이 가운데 도처에서 다양한 군상들이 일어나 온갖 권모술수가 판을 쳤다.

이런 극한의 시기에 제자백가가 출현하여 인간의 도리를 올바로 구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에게 정치의 덕목을 제언했다. 오랜 세월이 지났으나 작금에 현자의 가르침을 되새겨 본다.

유가의 경전 중 예기(禮記)에서는 인간의 도리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근본정신을 예로써 나타낸다. 그중 악기(樂記) 편에는 음악을 통해 예가 성립한다고 한다.

즉 음악을 아는 사람이 덕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서양음악 이론과 달리 여기에서 '음'과 '악'을 분리하여 설명하는데 '음'은 사람의 마음에서 생겨 곡조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악'은 노래와 악기를 연주하는 것으로 무용까지 포함하여 무무(武舞)에는 방패와 도끼를 들고, 문무(文舞)에는 깃털과 깃대를 들고 춤을 춘다.

나아가 '악'을 정치에 비유하여 군신민사물(君臣民事物)의 이치를 깨닫고 실천할 것을 요구한다. 군신민사물을 '궁상각치우'의 다섯 음에 적용하여 '궁(宮)'을 임금에 상징하고 '상(商)'을 신하에 상징하며 '각(角)'을 백성에, '치(徵)'를 백성의 일에, '우(羽)'를 재물에 상징한다. '궁상각치우' 오음은 '도레미솔라'에 대응할 수 있으나 각각의 음은 고유한 성질을 지닌다.

가령 '궁'음이 어지러울 때는 그 소리가 거칠고 사납다. 이는 나라의 임금이 교만하거나 사특하기 때문이다. '각'음이 어지러우면 그 소리가 구슬프고 쓸쓸한데 백성의 원망 소리가 들려지기 때문이다. 또 '우'음이 어지러우면 백성이 사용할 재물이 결핍하여 소리가 급해 얼마 지나지 않아 나라가 망하게 된다. 그래서 임금은 음을 살펴 악을 알고 악을 살펴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피해는 고스란히 백성의 몫이 된다.

악기 편에서 소리만 알고 오음의 조화를 알지 못하면 금수만도 못하고 음만 알고 악의 대체 원리를 모르면 범인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군자라면 반드시 소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소리를 모르는 사람과 음을 논할 수 없고 음을 모르는 사람과 악을 논할 수 없다고 한다. 악을 안다면 예를 알 수 있고 예와 악을 모두 갖추게 되었을 때 비로소 덕을 겸비했다고 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반드시 예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아무리 시대가 혼란스러워도 예의 근본정신이 무너지면 사람 사는 세상이 못 된다. 오늘날 우리는 전쟁 못지않은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음과 악의 대체 원리를 적용하여 예와 악이 강물처럼 흐르는 살만한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유대안 대구시합창연합회 회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