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 독립영화하면 으레 듣는 말이 있다. 지루하고, 따분하고, 어렵고, 이해 안 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재미없는 영화, 예술독립영화에 대한 인상이 대개 이렇다.
쓰다 보니 필자도 예전에 비슷한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았던 때가 있었다. 수학을 지독히 싫어해서였다. 이 지루하고 따분하고 어렵고 이해 안 되는 재미없는 과목이 수능 배점마저 높다니, 하며 좌절했던 기억이다. 한때 수포자의 입장에서, 더 많은 '예포자'가 생기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예술독립영화를 조금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사실 이 방법은 '맥북이면 다 되지요'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던 장병기 감독이 일러준 것이다. 그의 방법은 "저 지루한 한 장면에도 분명히 작품을 만든 감독의 의도가 있으니 그걸 찾으면서 보라"는 것이었다. 허벅지를 꼬집고 졸음을 쫓아가며 수많은 예술영화들을 보면서 체득했을 장 감독의 이 방법은 곧 '비평의 눈으로 영화를 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상업영화는 비평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극한직업'이나 '어벤저스: 엔드게임'처럼 너무나 재미있는 상업영화들을 보면서 창작자의 의도를 찾는 일은 무의미하다. 관객은 아무런 부담 없이, 잘 짜인 이야기를 담은 시청각 상품을 그저 소비하기만 하면 된다.
영화를 보고나서도 뇌리에 맴도는 숱한 질문들과 영화 속 장면들, 찝찝한 감정이나 당혹감, 혹은 해소되지 못하는 감정 등이 생길 때 비로소 비평이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드디어 감상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스토리와 내러티브에 대한 지나친 집착도 감상을 해치는 요인일 수 있다. 말이 되냐 안 되냐, 줄거리와 개연성만 따지며 영화를 보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들은 놓치기 십상이다. 홍상수의 '도망친 여자'를 도대체 누가 언제 도망칠까만 생각하며 보는 것과 같다.
거대한 스크린을 통해 만나는 영화는 인과관계의 재미 말고도 찾아볼 것이 많다. 쇼트와 쇼트의 연결, 촬영의 구도와 카메라의 위치(시점), 청각적 요소와 시각적 요소(미장센) 등 재미를 찾을 요소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것도 아니면 장병기 감독의 조언을 다시 떠올리면 된다.
"저 영화 만든 감독 머릿속에는 대체 뭐가 든거야?"
"비평은 하나의 욕망, 즉 경우에 따라 작가의 욕망에 호응했을 때만 정당화된다"는 평론가 세르주 다네의 말처럼 거대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저예산영화들을 보다 보면, 창작자의 심연과 욕망과 직접 조우하는 기적같은 순간을 가끔 만날 수 있다.
어떤 덜컥거림도 없고 개성마저 매끈하게 다듬어 버린 상업영화에서는 좀처럼 기대하기 힘든 순간이다. 마침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에서는 이런 기적의 가능성을 품은 몇몇 영화가 상영 중이다. 특히 '겨울밤에', '에듀케이션', '내 언니 전지현과 나'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작가의 인장이 뚜렷하게 찍혀있는 영화들이기에, 비평의 눈으로 보면 더없는 충만함을 안겨줄 것이다. 당장의 재미가 덜 할지 모르지만, '좋은 영화'임은 확실하다.
이승우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창작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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