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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수 기자의 클래식 산책<2> 지휘자의 역할

줄리안 코바체프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 지휘자의 지휘 모습.
줄리안 코바체프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 지휘자의 지휘 모습.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지휘자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그의 손끝 움직임에 따라 많게는 100명이 넘는 단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아름다움 화음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지휘자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인가? 물론 지휘자의 존재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는 선장이 없는 배와 같다고 비유된다.

지휘법은 17세기 때 처음 등장했다. 당시 지휘자라는 독립된 존재는 없었고, 대개 작곡자가 자신의 작품을 연주할 때 하프시코드나 챔발로를 연주하면서 손을 흔들거나 몸짓, 때로는 발을 굴러 박자를 잡으며 연주를 이끌었다. 이후 오케스트라 규모가 커지고 악기가 다양해지면서 지휘자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지금도 지휘자 없이도 연주할 수는 있다. 그러나 현대음악처럼 중간에 속도가 자주 바뀐다든가, 박자가 잘 변하고 복집하다든가, 리듬이 다양하면 지휘자 없이 연주할 수가 없다.

지휘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곡 해석 능력'이다. 작곡가의 의도와 작품 성격을 잘 해석해 예술적인 음악으로 만드는 것이 곡 해석 능력이다. 지휘자는 작곡가가 정한 의도나 지침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곡을 자유롭게 해석한다. 전체적인 음악 흐름은 물론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등 각 악기의 그룹까지 조화롭게 조정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것은 악보상에 적혀 있다고는 하지만 이를 결정하는 것은 지휘자이다.

따라서 지휘자는 마음대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갈 수 있어야 하고 여러 가지 악기의 연주 기술이나 그 성능 및 효과 등에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많은 단원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인격과 교양을 갖추어야 한다. 지휘자는 리허설 때 단원들에게 자신의 뜻을 분명히 전달한다. 작품의 마디 번호는 물론 작곡가의 작곡 배경과 스타일까지 단원들에게 주문한다.

대부분의 지휘자는 오른손으로 지휘봉을 드는데, 왼손으로 지휘봉을 잡는 왼손잡이 지휘자도 드물게 있다. 지휘봉을 든 손으로는 박자를, 다른 손으로는 강세나 구체적인 표현을 지시한다. 정해진 지휘 몸짓은 없지만 보편적인 제스처로 대화를 나눈다. 포르테(세게)는 왼손바닥을 펴 위쪽을 향하게 하고, 피아노(약하게)는 반대로 왼손바닥을 아래로 향하는 식이다.

관객은 지휘자의 역동적인 동작에 열광하기도 하지만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절묘한 앙상블에 더 감동한다. 어떤 포즈로 지휘하는 것보다는 곡을 잘 해석해 연주자를 잘 이끌어 훌륭한 연주를 해내는 것이 지휘자의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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