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제목이 'The Hunter's Meal'이다. 우리말로 '사냥꾼의 식사'쯤 되는데 어떤 작품들로 구성됐기에 이런 제목이 붙었을까?
대구 021갤러리가 열고 있는 김영재 개인전에서 작가는 도축된 고기를 주제로 평면과 입체 두 방식을 사용해 작가주의적 예술성과 대중이 원하는 작품 사이의 불협화음을 마치 고기를 필요로 하는 사냥꾼의 상황으로 비유해 나타내고 있다.
"연이은 사냥 실패로 굶주린 사냥꾼이 있다면 그가 가장 원하는 것은 사냥감의 커다란 머리나 뿔이 아니라 신선한 고기기 될 것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김영재는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의 생존, 작가로서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를 사냥꾼과 사냥감으로 비유하고 있다.
작가는 그간 사냥으로 비유되는 현대인의 경제활동과 그 틀 안에서 얽매인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생존경쟁의 승리자들이 좇는 삶의 형태를 그들을 위한 트로피(전리품)로 표현하고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현대 자본주의에서 마주한 우선가치에 대한 질문을 사냥꾼과 사냥감, 및 조각가의 관계로 소환하고 있는 것이다.
"'굶어 죽을' 가능성이 희박해진 오늘날 대한민국의 삶에서 '생존'이란 무엇이고, 어떤 '가치'를 쫓아 우리는 무한 경쟁의 현장으로 내몰리는 걸까요?"
작가는 이러한 실존적 물음을 통해 예술성과 미술시장이 원하는 작품이 서로 얽혀 있는 불협화음이 도축된 고기를 필요로 하는 사냥꾼의 상황과 다르지 않음을 웅변하고 있다.
삶의 관성에 내던져진 실존적 고민이 있다면 이 전시장에서 '나'를 되돌아볼 계기를 찾아봄직도 하다. 전시는 2월 24일(수)까지. 문의 053)74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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