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멋대로 그림읽기]김미숙 작 'Flower' 216x72cm acrylic on canvas(2018년)

생명과 재생의 순환, 꽃과 여인으로 묘사

김미숙 작
김미숙 작 'Flower'

빈 공간을 배경으로 툭툭 튀어나온 뼈가 도드라져 보일 정도로 앙상하고 마른 남성의 표정은 무척 고통스러워 보이며, 죽은 자들 사이에서 부둥켜안고 있는 노인과 소녀의 얼굴에선 공포와 불안이 엄습해 있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껴안고 있는 남녀의 모습은 원초적 본능의 몸부림처럼 보이는 가운데 남자의 등짝 근육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오스트리아 화가 에곤 쉴레(1890~1918)의 그림 '자화상' '죽음과 소녀' '포옹'을 일견한 느낌이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표현주의적 스타일을 발전시켰다는 평을 받는 에곤 쉴레는 강렬한 선을 통해 고통에 사로잡힌 인간의 심리를 드러내면서 20세기 초 빈에서 커다란 논란을 일으켰다.

김미숙의 작품 'Flower'도 주된 조형언어는 선이다. 무지개 색을 표현한 것 같은 화면 배경에 꽃을 형상화하고 그 안에 여인의 누드를 숨은 그림처럼 그려넣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화면을 꽉 채운 꽃은 만화적 기법을 이용해 움직이고 있다는 착시감도 준다. 꽃 속에서 여인은 쪼그려 앉거나 서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다. 또 'Flower'는 각 화면을 따로 떼어내도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김미숙은 고교 시절 에곤 쉴레의 과격한 터치와 처절한 인체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매혹적인 드로잉에 홀딱 반해버렸다. 작품 소재로 꽃을 많이 그리던 중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찾기 위해 고민하면서 여체의 곡선에도 매료됐다고 한다.

그 결과가 중첩된 화면과 덧칠한 배경 위에 드로잉으로 꽃잎의 이미지를 확대하고 그 속에 여인의 누드를 넣어 조화를 꾀했으니 바로 '여인을 품은 꽃'이다. 김미숙에게 꽃과 여인은 생명과 재생의 상징이다. 여인의 몸에서 생명이 잉태되고 여인을 품은 꽃은 생명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김미숙은 심상으로부터 연상된 각종 꽃을 모티브로 해 그 안에 다양한 색채의 구성을 통해 내재된 인간의 심리를 성찰하고 있다. 그녀는 이런 작업을 '비움의 철학'이라고 말한다.

여백 처리된 꽃의 형상은 관람자에게 복잡한 마음을 씻어내는 자정(自凈) 효과를 주고, 꽃 속 여체의 곡선은 초자아 속 원시성과 순수성을 유도해내며, 배경의 화려한 색감은 색이 지닌 파장에너지를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그리는 자와 보는 자가 모두 '예술의 치유 효과'를 얻는다면 이 또한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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