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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칼럼] 달라이라마의 ‘보리심’ 수행

​달라이라마. 매일신문DB
​달라이라마. 매일신문DB

"삼보에 귀의합니다.

모든 악업을 참회합니다.

중생의 선업을 수희 찬탄합니다.

부처님의 깨달음을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불'법'승 삼보에 귀의합니다.

자타(自他)의 뜻을 이루기 위해 보리심을 일으키겠습니다.

최상의 보리심을 일으키고 모든 중생을 나의 귀빈으로 여겨 최상의 보살행을 하겠습니다.

중생을 위해 부처를 이루겠습니다." (입보리행론-용수보살)

불교에서 '보리심'이란 오로지 남을 위해 사는 마음을 말한다. 자기만을 위한 삶은 허물이고 오직 남을 위한 삶, 즉 이타심만이 공덕이라는 말이다. 오로지 내 몸, 내 가족, 내 편만 우선하는 요즘, 이 보리심의 가르침은 신선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티벳 불교와 한국 선불교 등이 유럽에 크게 붐을 이루고 있다. 자본주의 문명사회를 개척해온 서구에서 이타심의 종교인 불교가 '붐'을 이룬다는 것은 어찌 보면 역설이다. 하지만 문명을 살고 있는 인류는 늘 진리와 이치를 헤쳐가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타'의 가르침은 널리 퍼질수록 좋다.

연초 유튜브에 티벳불교의 스승 달라이라마가 불교 반야부 핵심경전인 '반야심경'으로 화상 강의를 한 것을 본 적이 있다. 달라이라마는 이타심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불교 스승이다. '간화선'의 나라인 한국에도 요즘 달라이라마의 가르침이 유행하고 있다. 그의 수행의 핵심은 '보리심'과 '공성(空性)'이다. 공성의 지혜 즉 모든 사물은 고정돼 있지 않고 상호 의존해 존재한다는 이치를 바탕으로 보리심 수행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달라이라마는 이 가르침을 매일 실천하는 것을 가장 중시한다. 위의 입보리행론 게송은 달라이라마가 매일 암송하는 기도문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에 들기 전 제자 아난에게 '게으르지 않는 실천'을 강조한 때문일까?

"아난다여,

자신을 의지하여 머물고

남을 의지하여 머물지 말라.

자신을 섬으로 삼고 머물고,

다른 것에 의지하여 머물지 말라.

참으로 그대들에게 당부하노니

형성된 것들은 소멸하기 마련이다.

게으르지 말고 해야 할 바를 모두 성취하라.

이것이 여래의 마지막 유훈이다." (대반열반경)

이같은 보리심 수행과 관련해 달라이라마의 '스승론'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윤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달라이라마는 올바른 스승상에 대해 "제자들을 온전히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는 사람만이 스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승의 제1조건으로 제자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실천력'을 말한 것이다. 스승의 10가지 덕목을 제시한 장엄경론에도 '자신의 마음을 챙겨 제자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을 스승의 첫 번째 덕목으로 친다. 물론 자비로우면서 깨달음을 직접 체험한 사람이라야 한다. '스승 부재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던지는 참신한 경책이다.

예술가들에게는 남다른 실천력을 당부했다. 그는 "인간이 만든 창작물 중에서 핵무기를 보고 제일 놀랐다"면서 "예술가들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 시기와 질투, 경계심을 일으키는 작품을 만들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예술가들은 창작에 앞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이든 창작이든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마음 챙김' 실천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혼란한 정치로 악전고투하고 있는 한국 국민들에게 티벳 스승이 연초에 신선한 가르침을 던지고 있다.

​이상곤 전 청와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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