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文대통령 신년사 '경제' 29회 최다 등장…'사면'은 없었다

민생 회복 방점…"주거 문제 어려움 국민께 송구" 남북 문제·정치적 단어는 빠져
與 "국정운영 동반자로서 최선"…野 "터널 끝 안 보여…동문서답"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발표한 신년사의 주요 키워드는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발표한 신년사의 주요 키워드는 '경제'와 '회복'이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국민'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경제'(29회)였다. 통상 신년사에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담아 발표하는 만큼 문 대통령이 올해는 민생경제 분야에서 확실한 성과를 이뤄 집권 5년차 안정적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는 강조, 정치는 '침묵'

이날 문 대통령은 "이제는 드디어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인다"며 "올해 우리는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으로 새로운 시대의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코로나19로 깊어진 경제 침체에서 반등하겠다는데 신년사 초점이 맞췄다. 정치 관련 키워드는 언급 빈도는 눈에 띄게 줄었다.

사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7일 신년사에서도 '경제'라는 단어를 17회로 가장 많이 사용했다. 올해는 그보다 12번이나 더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얼마나 경제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코로나' 16번, '회복' 15번 언급했다. 뒤이어 11번씩 언급한 '위기'와 '뉴딜'도 코로나19 극복 의지를 뒷받침하는 데 쓰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2021년 국정운영 구상과 방향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신년사를 발표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2021년 국정운영 구상과 방향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신년사를 발표했다. 청와대 제공

반면 남북관계와 관련한 단어인 '평화'가 지난해보다 7번이 줄어든 6회 등장했다. '비핵화'는 아예 등장하지 않았다. 국정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소는 배제하려는 계산인 듯 신년사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문제 등은 물론이고 이례적으로 야당, 국회를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 7일 신년인사회에서 '통합'을 말했다가 전직 대통령 사면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자 이번에는 표현을 '포용'으로 바꾸기도 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정치인의 메시지는 표출에도 담겨 있지만 침묵 혹은 회피에도 담겨 있다"며 "'야당', '국회', '사면' 등의 언급이 없었다는 점은 코로나, 경제, 민생 등 비갈등 요소에 집중하겠다는 최근 기류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부동산 자신 있다" → "주거문제 송구"

문 대통령은 이날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사실상 처음으로 사과의 뜻을 표했다. 이와 함께 기존 정부 입장과 달리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책 기조에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애초 정부는 집값 폭등 원인이 공급부족 때문이라는 야당 지적에 공급은 충분하다고 반박해왔다. 정부는 부동산 대란의 가장 큰 원인으로 다주택자를 꼽으며 다주택자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시행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2021년 국정운영 구상과 방향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신년사를 발표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2021년 국정운영 구상과 방향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신년사를 발표했다. 청와대 제공

게다가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는 "부동산 종합대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언급하는 등 그간 추진한 정책에 확신을 갖고 있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2019년 '국민과의 대화' 때는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자신 있다",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산 문제'가 문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 이유 1위로 꼽히는데다 20회 넘는 정부 대책에도 아파트 가격 급등으로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직접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윤 실장은 "부동산, 집값이란 단어가 없었지만 '주거 안정'이 새해의 주요한 국정운영 콘셉트가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與 "국정동반자로서 최선"…野 "동문서답"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 신년사에 국정운영 동반자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지만, 야당은 "눈 감고 귀 닫은 동문서답"이라고 비판하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논평에서 "다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을 위해 정부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며 "민주당은 '10대 입법과제'를 꼼꼼하게 살피고 착실하게 이행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어 "혁신성장과 신산업 육성을 위한 경제 입법과 기업의 새로운 활력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2021년 국정운영 구상과 방향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신년사를 발표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2021년 국정운영 구상과 방향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신년사를 발표했다. 청와대 제공

반면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세상과 민심, 정세변화에 눈 감고 귀 닫은 신년회견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드디어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문 대통령 발언을 두고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동문서답"이라고 꼬집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기껏 공급을 확대하겠다는데, 3년 반 전 취임 때 시작했어야 할 정책이다. 임기가 1년밖에 안 남은 대통령이 이제 와서 최소한 몇 년 걸리는 공급을 확대하겠다니 시장 반응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2021년 국정운영 구상과 방향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신년사를 발표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2021년 국정운영 구상과 방향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신년사를 발표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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