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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경제”…실물경제 바닥인데 주식·부동산만 호황

주식·부동산엔 ‘빚투’, 소비 감소에 기업·자영업자는 울상
작은 계기로 자산 버블 무너질 우려…”정부, 유동성 제어 신중해야”

대구 중구 서문야시장 모습. 매일신문 DB
대구 중구 서문야시장 모습. 매일신문 DB

# 대구 대표 관광명소로 떠오른 서문야시장은 지난 한해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았다. 사람 많은 곳을 피하려는 심리에 더해 연말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까지 적용된 영향이다. 기존 손님 절반을 차지하던 외지 관광객은 물론이고 오후 9시 이후 지역 내 유동인구마저 줄어 장사 자체가 어렵다.

오승훈 서문야시장 상인회 회장은 "5년 만에 처음 겪는 사태다. 손님과 매출이 각각 예년의 20% 수준으로 줄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매일 영업하는 것이 상인들에게 부담이다 보니 이달부터 다음달까진 주말(금~일요일)에만 개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반대로 주식과 부동산 매물에는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크다. 직장인 A(34) 씨는 지난해 직장 임단협에서 불경기를 이유로 임금이 동결되자 주택 자금에 보태려던 돈 5천만원을 주식 투자에 올인했다. 예적금 통장 금리보다 삼성전자, 현대차, 애플, 태슬라 등 대장주 주식 수익률이 더 높았다.

공무원 B(32) 씨는 지난 2018년 침산동의 40년 넘은 구축 아파트 1가구를 1억3천만원에 샀다. 얼마 뒤 재건축 계획이 확정됐고, 이달 들어 이 아파트 매매가는 실거래가가 1억9천만원, 호가는 2억5천만원까지 뛰었다.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밀집된 수성구 범어네거리 일대.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밀집된 수성구 범어네거리 일대.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돈이 소비와 지출 대신 주식·부동산 등 자산 투자에만 쏠리는 경제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실물경제는 바닥을 치는데 금융경제만 호황인 괴리, 즉 탈동조화(디커플링)가 이어져 경제 불안 우려가 크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11일 발표한 '대구경북지역 실물경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1월 대구경북 제조업 생산은 전년 동월보다 7.2%, 전월보다 0.6% 각각 감소했다. 같은 달 대형 소매점 판매도 전년 동월 대비 3.2% 줄었고, 취업자와 고용률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3만8천명, 0.6%포인트(p) 하락했다.

물가도 제자리걸음쳤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대구가 전년 동월 대비 0.5%, 경북이 0.1%로 나타났다.

반대로 주식·부동산 등 자산 투자 수요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지난달 대구와 경북 아파트 매매가격은 각각 전월대비 2.1%, 0.9%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전국 주택가격도 5.36%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11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장중 3,200선을 돌파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가 3,100대로 하락 마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코로나19 방역과 양적 완화에 제 기능을 하고 있다면서도, 자산시장 버블 등 부정적 영향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가 재정 운용과 유동성 제어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4차 추경을 포함한 정부 총지출은 554조7천억원으로, 전년 723조2천억원이던 국가채무가 1년 만에 123조7천억원 불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37.7%에서 43.9%로 6%p 이상 뛰었다.

이재민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여행과 외식이 모두 잠기는 등 실물경제가 억눌린 것은 우리 정부 문제라기보다 전 세계 국가가 겪는 고충"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국민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0년가량 주기로 자산 가치 급락과 회복을 겪으며 금융경제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서 "이런 가운데 유동성이 계속 몰리니 자산에만 투자하고 소비에는 쓰지 않는 상황이 이어진다. 언젠가 지방 부동산 가치 하락, 공매도 재개 등 작은 불씨로 자산 가격이 떨어지고, 추동 심리로 경제가 폭락할 수 있다. 정부와 개인 투자자들은 이런 리스크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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