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신체 발달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속도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개인 차와 주변의 상호작용에 따라서도 발달 속도는 달라집니다. 그럼에도 발달에 일정한 순서가 있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발달은 머리에서 다리로, 신체 중심에서 말초로 이루어집니다. 대근육과 소근육 발달이 고루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부모 역할은 중요합니다.

◆책 읽는 재미를 길러주는 대근육 운동, 한 책 함께 읽기
책 읽는 근육을 아시나요? 책 읽는 근육은 '책에 대한 흥미'인 대근육과 '책을 읽는 능력'인 소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독서 흥미는 독서 능력보다 선행해 발달합니다. 이미 학부모는 이를 잘 알고 있으며, 책 읽는 재미를 붙여주고자 책을 읽어주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자녀의 소근육 발달이 가속화되는 시기에도 대근육 발달이 완성된 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부모는 자녀가 책의 음독을 곧잘 해내며 소근육이 발달하는 모습에 기뻐합니다. 그리고 책 읽는 능력을 길러주었기에 독서 지도에 대한 사명을 완수했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다니엘 페나크는 '소설처럼'이라는 책에서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는, 부모의 상황을 절묘하게 풀어냅니다. 아이가 문자를 해독하기 시작하면서 보이는 문자에 대한 열망은, 부모로 하여금 아이가 기호의 세계를 혼자 걸어다닐 수 있을 만큼 다 자란 것으로 느끼게 하여 분별력을 잃게 만든다는 겁니다.
그즈음 때마침 학교에서 아이들은 읽기를 배우기에, 부모는 매일 저녁 짧게라도 아이와 함께 책 읽어주던 시간을 오롯이 아이만의 책 읽기 시간으로 바꾸는 수순을 밟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그때부터 아이가 배우는 것은 책 읽는 시늉이라 지적합니다. 또 학교 과제로 주어진 책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안달나서 다그쳤던 자신의 잘못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무조건 아이와 책을 읽으며 책 속 영웅을 함께 찾아내던 시간으로 돌아가라고 합니다. 아이에게는 신에 가깝던 무소불위의 인물들이 진정한 의미를 잃고 문자라는 잉크자국에 납작해져서 아이도, 아이의 영웅들도 책의 두께 속에 갇혀버린 상황을 돌이키기 위해서 말입니다.

◆책 읽는 능력을 길러주는 소근육 운동, 여러 책 함께 읽기
한 단계 더 나아가 자녀의 독서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쓰이는 소근육 발달을 돕고 싶은 욕심이 날 때가 있습니다. 책 읽기까지 덜컥 사교육에 맡길 수는 없습니다. 학부모의 독서 지도로도 소근육 발달을 충분히 도울 수 있습니다.
미국 M.J. 애들러가 집필한 '독서의 기술'을 기반으로 학생을 지도한 허용우 작가는 '독서의 기술, 책을 꿰뚫어보고 부리고 통합하라'라는 제목으로 학생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책을 펴냈습니다.
이 책에서는 독서를 야구에 비유합니다. 저자가 투수라면 독자는 포수입니다. 투수가 다양한 구질로 던지는 공을 멋지게 받아 내는 포수처럼, 좋은 독자가 되려면 저자의 의견과 주장을 절묘하게 받아들이는 기술을 훈련하고 연습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책은 독서의 수준을 기초적 읽기, 살펴 읽기, 분석하며 읽기, 통합적 읽기로 나눕니다. 기초적 읽기에서는 건성으로 읽는 습관이 배지 않도록 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살펴 읽기 단계에서는 서문, 목차, 색인, 표지 광고문 등을 활용해 책을 건너뛰며 읽기도 하며 책의 흐름을 파악하여 읽는 방법을 익히도록 합니다.
분석하며 읽기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며 읽는 단계입니다. 마지막 단계인 통합적 읽기는 가장 높은 독서 수준에 해당하는데,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여러 권의 책을 비교하면서 읽는 단계입니다.
자녀의 독서 수준이 '분석하며 읽기' 단계에 이르렀다면 자녀에게는 함께 읽을, 다른 책이 필요합니다. 사실 이 즈음부터는 학부모 역량만으로 자녀 독서 지도를 하기에 힘이 부친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자녀가 읽는 책의 주제를 낱낱이 파악하고 같은 주제를 가진 다른 책을 찾아 읽을 수 있게 돕는 것은 큰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자녀의 독서 수준을 가장 높은 단계로 이끌 수 있는 매우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도서관에는 같은 주제의 책이 이미 한 곳에 배열되어 있습니다. 도서관은 그 공간 자체가 통합적 읽기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책 읽는 능력에 해당하는 소근육을 발달시키려면 여러 책 함께 읽기가 쉬운 도서관을 이용하는 습관을 길러줘야 합니다. 물론 한 책 함께 읽기로 대근육 발달도 병행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겁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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