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안동 대규모 산불 피해지 복구를 위한 벌목현장에서 나무들이 무더기로 불법 반출되고 있다.
매일신문 취재 결과, 안동시 남후면과 풍천면 산불 피해지에서 참나무·낙엽송 등의 나무들이 현장에 설치된 파쇄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은밀하게 빼돌려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불 피해목은 소나무재선충 등 병충해 확산을 막기 위해 현행법상 전량 현장에서 파쇄해 우드칩으로 반출하도록 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산림법·지방계약법·형법(절도) 등 법률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다.
특히 안동은 2015년 소나무재선충으로 5만 그루 이상의 소나무가 고사하는 등 막심한 피해를 입었던 터라 나무 반출에 더욱 신경쓰고 있다.
벌목이 이뤄지는 이 일대는 지난해 4월 대규모 산불이 발생, 1천944㏊의 산림이 탔다.
이에 따라 경북도와 안동시는 지난해 9월부터 긴급 산림복구를 위해 145억원의 예산을 투입, 산불 피해목 벌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20여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현장에서 나무를 잘라 입찰을 통해 인근에 설치된 파쇄장에서 우드칩(목재를 잘게 절삭한 조각)으로 만들어 반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나무들이 원목 형태로 반출, 유통되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지난 여름부터 꾸준하게 불법 반출되고 있다는 제보도 잇따른다.

지역 내 제재소나 땔감 공장, 펠릿(화목보일러 연료) 공장 등에서는 불에 탄 나무들이 쌓여 있는 모습이 매일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들은 산불현장 내 고사목 중에서 겉만 그을린 나무나 피해를 보지 않아 목재로 활용 가치가 있는 나무들을 땔감이나 제재목 용도로 팔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산불 이후 지역 내 벌채허가가 나지 않아 목재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안동에서는 목재 시세가 20~30% 올랐다. 땔감용 참나무는 t당 10만원에서 12만~13만원으로 올랐고, 건축용 낙엽송은 t당 18만원까지 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산림업계 관계자는 "벌채업자는 물론이고 일부 파쇄장에서도 나무가 선별돼 나온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나무값 인상과 수요가 증가한 상황에서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벌채 현장에서는 겉만 탄 멀쩡한 나무가 쏟아져 나오자 일부 업자가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장에는 관리·감독하는 담당자는 물론, CCTV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안동시 관계자는 "재선충 확산 방지를 위해 산불피해지 내 나무는 무조건 우드칩 형태로만 반출해야 한다"며 "불법 반출이 있는지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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