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지 도로의 사용을 두고 땅 주인과 인근 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게다가 땅 주인이 장치물들을 도로에 설치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13일 오후 2시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주택가 골목길 양쪽에는 콘크리트 블록과 쇠사슬이 놓여있고, 블록 위에 '시설물은 사유재산으로 훼손 또는 이동 시 형사고발 조치함. 이곳은 사유지입니다. 불법 주차 시 차량 견인 조치함'이라는 글이 붙어있다.
주민 A씨는 "개인택시를 모는 남편이 일을 나가려고 차고에 갔더니 이런 콘크리트 블록이 있었다"며 "차고가 막혀 남편이 일을 못 나갈 뻔했다"고 말했다.
도로를 포함한 일대의 재건축 소식을 들은 B씨는 지난해 6월쯤 해당 도로를 지인 3명과 함께 약 30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40년 전쯤 도로로 만들 당시 땅 주인으로부터 토지수용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B씨가 매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해지자 B씨는 도로에 대한 재산권을 행사하기로 마음먹었다. B씨는 "동네 주민들과 건설사 간 협의가 안돼 재건축 진행이 어려운 것으로 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재산권을 침해당했으니 재산 보존을 위해 주민들의 도로 사용을 막으려 지난달 초에 구조물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콘크리트 구조물 탓에 불편이 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주민은 "콘크리트 구조물 탓에 밤에 차량 접촉사고가 꽤 많이 난다"며 "핸들을 조금만 잘못 돌려도 구조물에 차가 받혀 수리를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게다가 블록 설치 당시 용역 직원들이 "함부로 건드리면 물어내야 한다"며 윽박질렀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B씨는 "도로가 사유지인만큼 사용료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사유지이니 주차하지 말라는 뜻에서 구조물을 설치했다. 앞으로 출입 가능한 통로 중 2곳을 막을 계획"이라며 "인근 주민들과 더 이상 협의나 협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관할 수성구청 관계자는 "도로에 사적으로 설치한 구조물에 대해 도로법에 근거해 단속해야 하는데 사유지인 탓에 현행법상 단속할 근거가 없다"며 "다만 현재 도로가 주민들이 오랫동안 공공의 도로로 사용해 왔던 정황이 있으므로 법률적 검토를 거쳐 어떻게 행정조치를 할 것인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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