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후 경북 안동시 남후면의 한 야산.
지난해 4월 대형 산불로 민둥산이 된 이곳에는 덤프트럭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뿌연 먼지를 내고 있었다. 산림 복구에 앞서 불에 탄 피해목을 벌채해 파쇄장으로 실어 나르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축구장 2천356개를 합친 면적인 임야 약 1천900㏊가 불에 탄 탓에 그 양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목 규모가 엄청났다. 불에 탄 나무는 이미 대부분 잘려 산 곳곳에 쌓여 있었고, 덤프트럭은 이 나무들을 실어나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일반적인 산불 피해목 벌채현장과 다른 점이 있었다. 피해목들을 쌓아 둔 나뭇더미의 모습이 제각각이다.
경사면에 마구 쌓아둔 나뭇더미와 달리 한쪽에는 제법 쓸만한 형태의 나무들만 모아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쌓아둔 나무도 각각 달랐다. 경사면에 쌓은 나무는 대부분 얇은 굵기의 잡목인 반면 이 곳에 쌓인 나무는 지름 20~30cm 남짓한 낙엽송 등 활용가치가 있는 우량 목재가 대부분이었다.
인근 한 주민은 "잡목을 실은 트럭들은 현장에서 나와 임시파쇄장으로 가는데, 반듯하게 자른 나무를 실은 트럭들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찾은 안동의 한 목재 매입 업체 야적장에 쌓인 나무를 보고 기자는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상적으로 벌채된 나무들 사이에 산불 현장에서 나온 피해목으로 의심되는 불에 그을린 나무들이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오래돼 검게 변한 나무는 흰 목장갑을 끼고 문질러 봐도 아무것도 묻어나지 않았지만,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불에 탄 나무는 새까만 그을음이 쉽게 묻어나왔다. 탄 냄새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피해목이라도) 2m가량의 규격으로 잘라오면 매입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피해목 벌채현장에는 관리·감독의 흔적은 없었다. 심지어 현장 곳곳에 피해목들이 떨어져 도로에 나뒹굴고 있었지만 이에 대한 조치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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