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설 CEO] <5> 이호경 대영에코건설 대표

'꿈꾸는 사업가' 李 대표 "동대구역 변화가 가장 가슴벅찬 일"
"시장 평가는 냉정하다. 최고 품질 제공 뒤 재평가 기다려야"

이호경 - 대영에코건설 대표.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이호경 - 대영에코건설 대표.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꿈에는 세금이 안 붙습니다. 고객들에게 공짜로 꿈을 꾸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이호경 대영에코건설 대표와 인터뷰를 마친 뒤 영화의 한 유명한 대사가 생각났다. 그는 추진하는 모든 일엔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무형의 재산을 이끌어 내는 재주가 있어 보였다.

그는 사업가라기보다는 스토리텔러에 가까워 보였다.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업무에는 스토리가 있었고, 그 스토리로 인해 새로운 사업을 다시 시작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엿보였다. '꿈꾸는 사업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사업가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 5년 전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 완공이 가장 가슴 벅찬 일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제정된 복합환승센터 특별법을 보고 대구의 관문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국에서 대구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제일 먼저 동대구역을 보게 되는데 예전에는 민망할 정도로 누추했다. 주변의 여인숙과 초라한 중앙광장 등은 인구 250만명의 대도시 면모로는 창피할 정도였다.

▶왜 신세계였나?

- 당시 대구에는 서울의 백화점들이 공격적으로 들어와 있었다. 롯데백화점은 이미 대구에 몇 개의 지점을 만들어 성업 중이었고 현대백화점도 건물을 짓고 있을 때였다. 신세계만 대구에 없었기에 대구에 안착할 수 있게 하는 대신 역사 신설 자본 투입을 유도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였다.

▶신세계가 생각대로 움직였나?

- 처음엔 잡상인 취급을 받았다. 지방에서 이름도 없는 디밸로퍼(개발업자)가 불쑥 찾아와 거액을 투자하라고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용기를 잃지 않았다. 인근에 숙소를 잡아 놓고 신세계 본사 구조본(경영기획실)으로 출근하다시피했다. 그런데 백화점 사업 분야측 사람들은 매우 섬세하더라.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름 없는 내가 제시한 기획안을 신세계에서 은밀히 검토를 시작했다. 나에 대한 뒷조사도 철저히 했다. 하루는 관계자 한 명이 "기안서대로 추진하게 되면 당신(이호경 대표)은 무얼 할 수 있느냐"고 물어 왔다. "대구시를 설득시킬 자신이 있다"고 숨도 쉬지 않고 답했다.

▶예상대로 됐나?

- 신세계 입장에선 보수적 소비성향이 강한 대구의 진출을 두려워했다. 내가 설득할 방법은 그 두려움을 해소하겠다는 전략뿐이었다. 신세계와 구두 계약을 마친 뒤 대구로 내려와 시청과 언론, 업계 측의 동의를 구하러 다녔다. 결국 신세계는 대구 본점을 완공해 운영 중이고 동대구역은 천지개벽 할 정도로 바뀌었다. 결국엔 '대구의 얼굴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관철된 셈이다.

이호경 - 대영에코건설 대표.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이호경 - 대영에코건설 대표.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건설 사업도 색다른 접근 방식으로 유명한데?

-'경산 샤갈의 마을'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타운하우스 형식인데, 여기에 문화를 접목했다. 매일 새소리를 듣고 일어나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일상을 누리는 곳이다. 주민들은 정기적으로 공동 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각종 문화생활을 퇴근 후 만끽한다. 도심지 인근에 땅을 소유하면서, 내 집에서 누리고 향유하는 삶을 실현시키고자 지은 곳이다. 도심지에 마련된 고층 주상복합의 밀폐된 공간과는 확실히 차별화 돼 있다.

▶단순히 자연친화를 지향하는 건설사들은 많지 않은가?

- 자연친화적으로 산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자연스런 욕망이다. 그래서 자연이 사람이고, 사람이 자연이 되는 주거형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선 이 같은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언택트 사회에 악수마저 사라져 가는 '분리된 세포형' 사회 속에서 거주 문화의 획기적 변신으로 인류의 사회성을 회복해야 한다. 'Change'라는 단어에서 스펠링 하나만 바꾸면 'Chance'가 된다. 변화와 혁신은 새롭게 도래하는 우리 사회에서 희망을 되찾게 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소비자들의 메이저 브랜드 선호에 대한 해결책은?

-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식당에서 아무리 정성 것 음식을 차려도 손님 입장에서 맛없으면 맛 없는 것이다. 그러면 지역 건설업체도 브랜드 가치, 거래 시세 등을 철저히 분석해서 따라잡을 획기적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특화된 공간 조성 능력, 고급 마감재, 지역민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 공격적 마케팅 등 전방위적으로 따라잡을 노력을 해야 한다. 이윤을 최대한 적게 남기고 같은 값에 최고의 품질을 공급한 뒤 시장의 평가를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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