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만으로 취업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10일 오후 대구 북구 침산동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취준생 김모(27) 씨는 자신을 '패공족'(패스트푸드점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라 소개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 씨는 주말이면 오전 11시쯤 패스트푸드점을 찾아 식사를 마친 뒤 토익 학원에 가는 오후 2시 전까지 이곳에서 공부를 한다고 했다. 자투리 시간이라도 모아 취업에 좀 더 시간을 쓰기 위해서다.
하필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한 지난해 2월부터 취업을 준비했다는 김 씨는 "지난해 도전한 10여 개의 기업에 모두 낙방하고 난 뒤부터 남는 시간에 뭐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 기업들의 고용이 대폭 줄어드는 것을 보면, 개인이 노력한다고 해서 취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한없이 좁아지는 채용문…인턴도 '금턴'돼
코로나19로 매출에 큰 영향을 받은 지역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 채용문 자체가 한없이 좁아졌다.
대구상공회의소가 지난해 11월 26일부터 12월 9일까지 제조업 160개, 건설업 50개 등 지역 기업 210개사를 대상으로 2021년 1분기 기업경기 전망을 조사한 결과 신규채용을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 35.6%가 올해보다 줄일 것으로 나타났다. 늘릴 것으로 응답한 업체는 10%에 불과했다.


일자리가 줄어드니 입사의 문턱은 자연스레 높아져만 갔다. 재작년 초부터 취업을 준비한 윤 모(29) 씨는 지난해 유독 서류전형에서부터 고배를 마셨다고 했다. 윤 씨는 "요즘은 정기공채를 진행하던 대기업마저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는 분위기"라며 "수시 채용을 하는 기업의 모집 요강엔 전부 경력직 우대사항이 있었다. 가뜩이나 채용공고도 줄었는데 서류 전형조차 통과하기가 쉽지 않게 된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경력을 쌓기도 쉽지 않긴 마찬가지다. 인턴 등 경력을 쌓을 수 있는 단기 계약직에도 취준생들이 몰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워낙 자리가 없고 경쟁률도 치열해 청년들 사이에서 인턴은 '금턴'이라 불린다. 사무직 취업을 준비하는 최모(25) 씨는 지난해 하반기 한국장학재단의 일반행정 직무의 인턴을 지원했지만 서류전형조차 통과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당초 30명을 뽑기로 한 해당 인턴 채용에는 무려 1천5명의 응시인원이 몰렸다. 33대1이 넘는 경쟁률이다.
최 씨는 "요즘은 단순한 사무보조 인턴 자리에도 고스펙자들이 몰리는 상황"이라며 "취업을 하려면 직무와 관련된 경험이 필요하다는데, 어떻게 쌓을지조차 막막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먹구름 낀 청년실업 지표…청년들 불안정한 고용 현실 반영
엎친데 덮친 격으로 청년 실업자도 급증하고 있다. 영업제한, 집합 금지 등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충격이 주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청년층에 더 크게 미친 탓이다.
전모(28) 씨는 지난해 7월 서빙 알바를 하던 음식점에서 권고 사직됐다. 코로나19로 음식점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곧 다른 일자리를 구할 줄 알았지만, 전 씨는 아직 구직활동 중이다.
전 씨는 "그간 생계를 유지하게 해줬던 실업급여 수급 기간도 곧 끝나간다"며 "하루빨리 재취업을 해야 하지만 요즘 상황을 보면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국가통계포털 KOSIS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청년(15~29세) 실업률은 9.0%를 기록해 전년 대비 0.7%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59세 실업률은 3.0%로 0.1%포인트 증가한 것과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청년 실업 여파로 지난해 7월 대구의 20~29세 퇴직자가 받는 실업급여 지급액은 86억5천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20대 퇴직자가 받은 42억3천만 원 보다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과 관계자는 "최근 실업급여 지급 현황을 보면 20대 청년들과 노년층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며 "많은 청년이 단기 계약직 등 불안정한 고용 환경 속에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대책은 없나?
코로나19로 초토화된 청년 일자리를 정상화할 대안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당장은 일자리를 늘리려고 애쓰기보단 현재의 고용 상황을 유지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한다.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일자리연구실장은 "코로나19로 지난해 상반기 대구의 기반산업인 제조업이 큰 타격을 받아 대규모 실업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었으나 그나마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덕분에 최악의 사태는 면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당장 정부와 지자체가 집중해야 할 점은 고용 유지다.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이나 지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회복된 뒤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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