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의 한 보건소가 임산부들에게 선물을 담아 나눠주는 봉투의 글귀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봉투에 적힌 조선시대에 쓰인 태교서의 한 대목이 보건소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대변한다는 것.
'임신 말기에는 남편의 반찬과 빨래한 속옷을 미리 준비해두라'는 서울시 임산부 가이드가 뭇매를 맞은지 불과 일주일 만이다.
13일 맘카페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이 보건소는 "스승님의 십년 가르치심은 어머니의 열 달 기르심만 못하고, 어머니의 열 달 기르심은 아버지의 하루 낳아주심만 못하다"는 문구가 적힌 봉투를 임산부들에게 나눠줬다.
이는 사주당 이 씨가 1800년에 아기를 가진 여성들을 위해 한문으로 글을 작성한 태교신기의 제1장 제2절에 쓰인 문구다. '조선시대 최초의 태교서'로 불리는 이 책의 일부 문구를 발췌해 봉투로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 시대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대다수는 "너무 불쾌하다. 지금이 조선시대냐", "이건 욕 먹을 만하다", "마지막 줄 좀 그렇네", "임산부 아닌데도 기분 나쁘다" 등 비난했다. 한 누리꾼은 "뭐하러 인쇄비까지 들여서 저런 시대착오적 문구를 새겨 논란을 만드냐, 그렇게 할 짓이 없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일자 보건소 측은 해당 봉투를 전량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봉투는 임산부에게 제공되는 선물을 담기 위한 용도 등으로 2017년 제작돼 지금까지 사용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보건소 관계자는 "모든 임신부들에게 나눠주는 봉투로 제작된 것이 아닌 과거 태교교실에서 만들었던 봉투"라면서 "소량이 남아있는데 임신부 선물을 넣어가실 가방 등이 없는 임신부에게만 넣어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서울시에서도 비슷한 상황으로 논란이 됐다. 서울시 임신·출산정보센터는 임신과 관련 정보를 제공하면서 출산을 앞둔 만삭 임신부에게 남편의 옷 정리와 밑반찬 챙기기 등을 조언하면서다. 해당 지침에 육아·가사 등을 임신 말기의 여성이 전담해야 한다는 논리는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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