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발발 직전 영국과 일본은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이 만든 환상에 사로잡혀 적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영국부터 보자. 1938년 영국 정보부는 국경에 배치된 독일 공군력이 영국의 두 배이며 향후 독일의 항공기 생산도 영국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내각에 보고했다. 내각은 이 정보를 토대로 개전(開戰) 첫 두 달 동안 영국 국민 60만 명이 희생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독일의 실제 공군력은 영국보다 60% 높은 정도였고 예비 전력은 더 약했다. 또 독일은 독립적인 폭격을 위한 항공 전력도 없었다. 독일 공군은 오로지 지상군과 합동 작전을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1939년이 지나면서 영국의 항공기 생산은 독일을 앞질렀다. 또 전쟁 기간을 통틀어 독일의 폭격으로 죽은 민간인은 6만2천 명이었다.
이런 오판을 두고 영국 역사학자 A. J. P 테일러는 "영국인들은 스스로 만든 환상으로 벌벌 떨었다"고 했다. 그 논리적 귀결이 히틀러를 달래 전쟁을 피해 보자는 '유화정책'이다.
반면 일본은 미국의 국력을 너무나 잘 알았다. 진주만 기습 전 주미 일본 대사 노무라 기치사부로(野村吉三郞)의 보좌관 이와쿠로 히데오(岩畔豪雄)를 통해 입수한 미국과 일본의 생산력 차이는 '강철 20:1, 석유 100:1, 석탄 10:1, 항공기 5:1, 선박 2:1, 노동력 5:1, 전체 10:1'이었다. 1905년 쓰시마 해전에 대위로 참전했으며 개전을 앞두고 이순신 장군에게 이기게 해 달라고 매일 기도했다는 미즈노 히로노리(水野廣德)는 1929년 '일본은 전쟁할 자격이 없다'고 했는데 그 말대로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하와이 진주만의 미국 함대를 기습했다. 그 근저에는 전쟁 초반에 미국의 기를 꺾어 놓고 버티면 자신들이 요구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강화(講和)에 응할 것이라는 착각이 있었다. '진짜' 미국을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똑같다. 대화와 협력만 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올해 신년사는 이를 재확인해 준다. 김정은이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잠수함, 극초음속 미사일, 전술핵을 개발하고 무력으로 통일을 하겠다고 협박하는데도 문 대통령은 '비대면 대화'까지 제의하며 '대화' 타령만 했다. 얼빠졌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은 '무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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