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만시간의 나눔' 70대 자원봉사자 강증자 씨

대한적십자사봉사회 대구 중구지회 자원봉사자
30년 동안 1만 시간 돌파한 '달인'…불필요한 지출 줄여 이웃에 선물
홀몸노인 100여 명에 밑반찬 전달…"도움 손길 필요한 곳 어디든 참여"
지난해 대구자원봉사 대상 수상

13일 오후 대구 중구 향교 앞 공원에서 만난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중구지회 자원봉사자 강증자 씨가 지난해 받은
13일 오후 대구 중구 향교 앞 공원에서 만난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중구지회 자원봉사자 강증자 씨가 지난해 받은 '대구자원봉대상'을 펼쳐보이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숟가락 하나만 더 놓으면 된다는 생각을 시작한 봉사가 이제는 삶이 됐습니다."

13일 오후 대구 중구 향교 앞 공원에서 만난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중구지회 자원봉사자 강증자(75) 씨는 "많이 가진 것보다 콩 한 쪽이라도 나눠먹자라는 생각으로 30년이 넘도록 봉사를 이어왔습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40대에 봉사를 시작한 그는 1만 시간을 돌파한 봉사의 달인으로 통한다. 30년 전 설 명절에 가난한 이웃에게 뻥튀기를 나눠준 뒤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된 그는 조금만 아끼면 나눌 수 있다는 생각으로 쉬지 않고 이웃들을 위해 노력해왔다. 강 씨는 "우연한 계기로 생각보다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하는 이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봉사단체에 나가는 방법은 알지 못했던 시절이다 보니 생선 한 마리, 고기 1인분 정도를 더 만들어 주위에 홀로 식사하기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며 자신의 생활비를 아껴 이웃 노인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기도 한다. 강 씨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수도시설이 좋지 않아 잘 씻지 못하는 이웃 노인들을 온천이나 팔공산 등에 모시고 가 등도 밀어드리고 보양식을 대접하기도 한다"며 "많은 분을 모시고 가긴 어렵지만, 직접 운전해 다녀오면 정말 행복해하신다. 그 모습을 보면 더할 나위 없이 보람차다"고 말했다.

경남 마산이 고향인 그는 16살에 대구로 이사와 중구에서 60년을 살았다. 이곳을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강 씨는 주민들과 함께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을 꿈꾼다. 강 씨는 "봉사를 오랫동안 하다 보니 '미쳤다'는 말까지 들은 적도 있다"라며 "하지만 앉아서 수다를 떨며 노는 것보다 봉사하며 이웃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힘들다고 생각하면 못하는 것이 봉사"라며 "나누는 것이 행복한 삶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양한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찾던 중 재향군인회와 여성예비군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강 씨는 홀로 사는 독거노인 가운데 할아버지들을 더욱 잘 챙겼다. 그는 "여자들보다 남자들은 혼자 밥을 만들어 먹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전쟁에 참전해 어렵게 국가를 지켜낸 영웅들이 따뜻한 밥 한 끼 제대로 먹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워 적극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증자(왼쪽) 씨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며 찍은 기념사진. 대구시 제공.
강증자(왼쪽) 씨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며 찍은 기념사진. 대구시 제공.

오랫동안 봉사한 만큼 강 씨는 그동안 취약계층 무료급식 뿐만 아니라 청소년 선도 활동, 다문화가정 및 외국인 근로자 지원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왔다. 경찰과 합동으로 자갈마당 성매매 피해 여성 확인 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각종 재난 현장에서도 강 씨의 선행은 이어졌다. 강 씨는 지하철 화재 참사, 서문시장 화재, 태안 기름 유출 사고 현장, 경부선 열차 추돌, 합천 헬기 추락사고 현장 구호 급식 활동에 참여했다.

이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그는 지난해 제18회 대구자원봉사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17년 자연보호활동 대구시장 표창, 2013년 재향군인회 활성화 유공 대구시 중구청장 표창, 2009년 대한적십자사 총재 재원봉사 유공 표창 등 총 10여 건의 표창을 받았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홀몸노인 100여 가구에 매주 지원되는 밑반찬을 조리 후 자가를 이용해 각 가정에 전달하고 있는 강 씨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참여하고 있다"라며 "자원봉사대학에 입학하고 재난자원봉사 특강 등 자원봉사에 필요한 정기교육도 적극 참여해 자질 함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전문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기 위해 더욱 노력하는 자원봉사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씨는 코로나가 빠르게 종식돼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욱더 힘겨운 환경이 만들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얼른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져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많은 이웃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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