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솔직해진 김정은 위원장이 더 두려운 이유

조선중앙TV는 12일 김정은 당 총비서와 8차 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당 중앙지도기관 간부들이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다고 13일 보도했다. 김 총비서가 맨 앞에서 폭설을 뚫고 걷는 가운데 뒤편으로 김여정 당 부부장(오른쪽)을 비롯해 간부들이 뛰다시피 뒤따르는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조선중앙TV는 12일 김정은 당 총비서와 8차 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당 중앙지도기관 간부들이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다고 13일 보도했다. 김 총비서가 맨 앞에서 폭설을 뚫고 걷는 가운데 뒤편으로 김여정 당 부부장(오른쪽)을 비롯해 간부들이 뛰다시피 뒤따르는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이목은 집권 10년 차에 열리는 북한의 제8차 당대회에서 과연 어떠한 메시지가 나올 것인가?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것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에만 국한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7차 당대회에서 핵심 명제는 당연 '핵보유국 선언'이었고, '적대세력이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는 이번 8차 당대회에서도 그대로 반복되어 재확인할 수 있으며, 그러한 가운데 핵능력 강화는 계속 정당화되고 있다.

대미정책에서도 미국을 '최대 주적'으로 규정짓고 핵무력 타격능력을 과시한 측면은 새로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대응은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강대강, 선대선을 원칙으로 상대할 것을 명시했는가 하면, 국가의 안전은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와 도모하겠다는 의도를 내 비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필자는 '제8차 당대회의 전망' 기고에서 핵보유국 지위에 따른 전략적 의도를 드러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이미 경제적으로는 자력갱생을 결의했고, 군사적으로는 전략무기 개발을 축으로 핵무력 고도화를 위한 투쟁을 독려하는 양면전술로 북미대결에서 정면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점을 바탕으로 이번 당대회를 통해본 북측의 속내는 핵전쟁의 억제력을 언급하면서 핵무력증강을 위한 의지를 재확인할 수 있는 정치행사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남정책에 대해서는 남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남북관계가 다시 3년 전의 봄날과 같이 온 겨레의 염원대로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에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또한 그동안 북측이 벼랑 끝 전술을 즐겨 사용했던 점 등을 미루어봤을 때 북한이 보여준 유화적인 행보는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를 고려하려 조 바이든의 신정부 출범에 따른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읽히는 대목이다.

제8차 당대회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의 최고 지도자인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된 것을 들 수 있다.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절대권력을 확대해온 그는 집권 9년 만에 선대가 자리했던 총비서직까지 이어받으며, 그 직책을 통해 위상을 높이고, 권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김정은의 당내 공식 직함은 2012년 집권 초기에는 제1비서였고, 7차 당대회에서는 국무위원장, 이번 당대회에서는 중요한 상징성을 내포하는 총비서로 격상되어 그 칭호를 통해 권위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드러났다.

한편,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어떤 자리에 오를 것인지도 관심사항이었다.

예상과 달리 정치국 후보위원 명단에서 빠졌다는 것만으로 강등설이나 정치적 입지가 약해졌다는 판단은 이른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최고지도자의 유일한 여동생으로서 국정전반을 보필해온 만큼 직책과는 무관하게 대내외 여러 주요 현안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여겨진다.

북한의 조선로동당대회 제8차 대회가 지난 1월 5일 시작한 이후 8일 동안 진행되어 12일 폐막하였다. 이는 1961년 4차 당대회 기간과 동일하고, 1970년 5차 당대회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기록으로 북한의 당대회 별 기간은 1956년 3차 당대회 6일, 1970년 5차는 무려 12일 동안 진행되었다. 1980년 6차 당대회 5일 외에는 1946년 창립대회 및 1948년 2차와 2016년 7차 당대회는 사나흘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이처럼 당대회 기간이 길었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축제 분위기 아니면 암울한 시기로 대별되는데, 이럴 테면 4차 당대회 경우 '영광스러운 승리자들의 대회'로 명명될 만큼 정책측면에서 전후 복구를 성공적으로 완성시켰는가 하면, 권력 측면에서는 1956년 '8월 종파사건'을 통해 연안계와 소련계 등 정적들을 모두 물리치고 만주파의 승리로 계파 청산을 이룰 수 있었으며, 유일지배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만큼, 축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반면, 5차 당대회는 당시 북한의 정치·경제상황이 안팎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특히, 경제문제는 1970년대 무렵부터 하향곡선을 나타낼 시기였다. 침체현상이 가속화됨으로써 더 이상 성장이 보이지 않았고, 자신감조차 상실하게 되었다. 이 시기는 경제계획을 세우거나 실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경제전망에 대한 언급보다는 대부분의 시간을 정치문제에 할애했으며, 정치행사가 넘쳐날 뿐이었다.

이번 제8차 당대회도 8일 동안 진행된 점을 비추어 봤을 때 5차 당대회와 다를 바 없이 여러 정치행사를 펼쳤는 것을 보면, 그동안 역대 당대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벤트로 엄동설한 영하 17도의 한파가 극심한 밤늦은 심야에 열병식을 강행했던 것을 들 수 있고, 또한 원로들을 초빙하여 기념식을 가졌.

한편 군민(軍民) 행사를 비롯하여 이외에도 내부 결속을 위한 대내용 행사로 중규모 사열식과 군중시위, 각종 야회와 무도회 등 크고 작은 일련의 정치 이벤트를 들 수 있다. 그럼에도 비록, 위기탈출용 일지라도 지난 5년은 매우 어려운 시기였음을 상기시키며, 일찍이 있어 본 적 없는 최악 중의 최악으로 계속된 난국은 우리의 전진에 커다란 장애를 겪고 있다는 것을 밝혔다.

미국의 경제 제재와 코로나-19 등 외부 변수는 물론 도전은 내부에도 존재한다며, 강력한 내부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했다며, 경제 실패를 인정했고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한 것을 들 수 있다.

한편, 또 다른 원인을 찾는다면, 우선 미국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비롯한 재해와 코로나–19로 인한 '3중고'에 시달리는 북한으로서는 급박한 상황에 몰린만큼,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산의 의미를 담고 있는 총결 기간의 사업총화보고 경제성과에서도 잘 나타나듯이 전문 전체가 경제부문에 많은 분량을 할애했을 만큼 경제실패에 대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이 역력하게 보였다.

김 위원장도 경제발전전략의 미달된 평가를 내놓으며, 잘못을 에둘러 둘러대지 않고, 대내외적으로 처해진 절박한 어려움을 직접 호소하는 형태로 경제적 실패를 이례적 어조로 인정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날 선대들의 모습과는 달리 처음부터 경제실패를 인정할 것과 알릴 것을 솔직하게 인민들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경제실패를 파격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과거의 성과와 결함을 전면적·입체적·세부적으로 분석하고 결산해 마련된 것"으로 밝혔다. 이럴 테면 북한 역사에서 최악의 시기를 보냈던 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시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그로서는 국가적 위기극복은 물론, 심상치 않은 민심 이반을 최대한 막고, 체제 결속을 다지고자 하는 목적이 강하게 작용된 점으로 볼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통치력을 보완할 의도로 명시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당대회에서는 새로운 당규약을 개정했는데, 창립대회 이후 2차 당대회부터는 매년 당대회를 개최하도록 규정한 것을 3차 당대회부터 4년의 주기로 재개정했고, 6차 당대회에서는 또다시 5년에 한 번씩 개최하는 것으로 규정했지만, 2010년 제3차 당대표자회를 통해 5년마다 열기로 된 규정을 삭제했다.

이는 김일성·김정일 시기에 5년 주기의 규약을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이고, 폐회사에서 당사업과 당 활동에서 지난 시기의 낡은 것, 현실에 맞지 않는 문제들은 바로잡기 위한 결정적인 대책을 세웠다는 연장선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번 당대회에서는 새로 5년마다 개최하기로 확정 지었다. 이는 전통적인 사회주의 국가에서 추구하는 '당-국가체제'의 정상국가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간주되며,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2021년 신축년 새해를 맞이하여 다음 주 출범하는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 출범과 함께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장기간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의 획기적인 비핵화 대화의 길을 찾아 나서는 전환의 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김병욱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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