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은 나에게 큰 전환점이 된 시점이다. 혼자 읽기에서 벗어나 함께 읽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독서토론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결단하고 서울에 있는 유료 독서모임에 가입하고 참여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두 달 간 매주 토요일 새벽마다 기차에 몸을 싣고 서울로 향했다. 그 전까지는 주로 혼자서 책을 읽었다. 간혹 도서관에서 독서회를 맡아 진행한 적은 있었지만, 업무의 연장선에서 빠듯한 일과 중 하나일 뿐이었다.
긴장과 설렘을 안고 모임에 참석했다. 처음 만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은 어떨까? 내 사투리가 투박하고 촌스럽게 들리지는 않을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참여자는 30대에서 60대까지의 교사, 회사원, 출판인, 주부 등 다양했다.
첫 모임에서 진행자는 세련된 태도와 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독서토론은 골방 독서에서 광장 독서로, 평면적인 독서에서 입체적인 독서로 나아가는 활동입니다. 다른 사람의 가치관과 의견을 공유하며 자신의 주장을 조리있게 말하는 소통의 자리입니다."
매주 토요일을 기다리면서 바쁜 업무도 즐겁게 하며, 매주 한 권씩 과제로 주어진 책도 열심히 읽었다.
독서모임에 여덟 번 참여하면서 혼자 읽을 때 알지 못했던 것들을 깨달았다. 여러 사람이 한 권의 책으로 각자의 감상과 평가, 성찰과 해석 등을 나눌 때 같은 책이 다르게 보였다. 다양한 해석과 관점을 나누다보니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는 경청의 소중함도 배웠다. 사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고 오직 책에만 집중하는 토론이 이루어져 신선한 지적 자극을 받았다. 그렇게 나는 독서토론의 '찐팬'이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8년 5월부터 10월까지 전국 독서동아리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시민들의 독서동아리 참여가 독서 진흥에 효과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동아리 참가자들은 독서모임을 하면서 크게 변화된 점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게 된 점, 타인과 소통으로 생활의 활력을 얻었다는 점, 독서와 토론을 통해 스스로 학습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점 등이다. 이 조사 결과는 제3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2019~2023)에 반영되어 독서 정책의 목표가 홀로 읽기에서 함께 읽기로 전환되었다.
지역 공공도서관에서는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연령대별 독서동아리 140여 개 운영하고 있다. 작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독서동아리 모임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필자도 수년간 지속해 오던 독서모임을 작년 하반기부터 온라인으로 변경했다. 비대면 모임이 대면 모임보다는 '함께하는 에너지'가 조금 약하지만, 회원들은 화상으로나마 독서토론을 이어갈 수 있어서 만족감이 높았다.
코로나 시대 2년 차에 접어들었다. 예전처럼 회원들이 만나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모임은 여전히 힘들다. 그렇기에 도서관 독서모임도 변화하고 진화해야 한다. 대안이 필요하다. 랜선 독서모임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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