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빌 포셋 외 지음 / 김정혜 옮김 / 다산초당 펴냄



아돌프 히틀러는 10대 시절 오로지 그림에만 관심이 있었다. 1903년 그는 자신의 재능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면서 빈으로 갔다. 하지만 빈 미술학교 입학시험에서 낙제하는 바람에 미술학교 문턱도 넘지 못했다. 그는 세상이 아직 제2의 다빈치나 미켈란젤로를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이번엔 건축에 도전, 빈 건축학교에 지원했으나 또 낙방했다.
이후 이야기는 알려진 대로 반유대주의 노선의 기독사회당에 입당했고 제1차 세계대전 때 자원입대하면서 점차 냉소적 청년으로 변해갔다. 만약에 히틀러가 미술과 건축학교에 입학했더라면 어쨌을까? 제2차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을까?
흔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니, 역사에서 '만약(If)은 없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그 속살을 들여다보며 인류 역사는 술 취한 이의 갈지자걸음보다 어지럽고 오락가락한다.
책은 96편의 글, 101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인류의 흑역사를 되짚어 본다. 고대 페르시아와 그리스 도시국가 간 전쟁부터 오늘날 워싱턴 D.C.에 이르기까지 인간 군상이 만들어낸 실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계 흑역사 속에는 1950년 맥아더와 한국전쟁에 관한 것도 있다. 북녘 땅을 거의 수복했을 즈음 군 정보 소식통에 중국의 개입 가능성을 경고하는 소문과 보고서가 잇따랐지만 맥아더는 이를 깡그리 무시했다. 마침내 1950년 11월 1일 중공군이 미군 육군 연대 하나를 공격했다. 이때에도 맥아더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지 못했고 그해 11월 25일 중국이 약 30만명의 병력을 앞세워 인해전술로 밀고 들어오자 비로소 맥아더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결국 유엔 연합군은 막대한 타격을 받고 후퇴하면서 서울을 포함해 힘겹게 점령한 거점들을 중공군에게 넘겨줬다. 이 시점에서 연합군 총사령관이었던 맥아더가 초기 대처를 잘 했더라면 한국전쟁의 양상은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한국전쟁이 유엔 연합군의 승리로 끝나고, 어쩌면 분단과 상호 불신의 아픈 유산을 물려받지 않았을 수도 있다.
책을 읽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이 깃들 무렵에야 나타난다"는 헤겔의 역사관에 비추어보면, 역사란 99%가 인간 감정의 기록이며, 이성은 고작 1%에 불과할 뿐이라고. '고대~근대 편' 376쪽, 1만7천원. '현대 편' 380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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