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육·연구 넘어 산업과 연계하는 것이 지역 발전의 토대”

서길수 영남대학교 총장 퇴임 인터뷰

서길수 영남대 총장은
서길수 영남대 총장은 "인재들이 지역에 계속 머물기 위해 대학은 물론 지자체가 함께 관련 제도를 마련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남대 제공

지난 8일 영남대학교 본관 총장실에서 만난 서길수 총장은 영남대가 '특색 있는 대학'으로의 발전을 꾀할 때라고 했다. 시대의 요구에 따라 대학이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창업 등 혁신적인 활동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 인재 영입, 지역 사회와 국가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4년 임기를 마치는 지금, 서 총장이 대학을 떠나며 아쉬움이 드는 부분이라고도 했다. 그는 "무엇보다 지역의 좋은 인재들이 머물도록 하기 위해 대학뿐만 아니라 지자체, 산업계 등 모두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4년간의 임기를 마치며 뒤돌아본 소회가 궁금하다. 취임 당시의 다짐은 어떠했는지, 그간 무엇에 중점을 두고 학교를 운영해왔는지.

▶지난 4년 간 영남대 총장으로서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다. 물론 만족스러운 것도, 아쉬운 것도 많은 게 사실이다. 부족한 부분은 다음에 오실 신임 총장님과 교수, 직원들이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믿는다.

4년 전 취임사에서 "대학 간 생존을 위한 무한경쟁의 시대에 들어선 지금이야말로 영남대학교가 재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고 '지속가능한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한 토대를 다져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그 토대를 다지기 위해 중요한 것이 '튼튼한 재정'이다.

취임하기 훨씬 전인 2009년부터 우리 대학은 등록금을 동결해왔으며, 그 사이 입학정원도 상당수 감소했다. 그만큼 대학 재정의 토대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대학의 모든 구성원이 각고의 노력으로 균형예산을 실현해 재정 안정을 다졌다.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최소한의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재정지원사업에 잇따라 선정되고 대학평가에서 최상위 등급을 받는 등 임기 중 뚜렷한 성과를 달성했다.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과 남은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지난 4년간 각종 정부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는 등 약 2천3백억 원의 외부 연구비를 수주하고, 약 470억 원의 발전기금을 유치하는 등 재정적인 성과가 있었다. 2018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에서 최고등급인 자율개선대학 선정,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률 전국 1위 등 굵직굵직한 성과를 낸 것도 사실이다.

당연히 총장 한 사람의 노력으로 이룬 성과가 아니다. 교수와 직원, 학생 등 대학의 모든 구성원이 노력한 결과다. 단순히 지난 4년의 성과라기보다는, 영남대가 70년 이상 축적한 역량이 성과로 이어진 것으로 봐야한다.

앞으로의 과제는 대학의 위기 시대에 지속가능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대학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대학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다지는 것이다. 영남대뿐 만 아니라, 성장보다는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모든 지역 사립대의 과제다.

대학의 내부 역량강화는 물론, 학령인구 감소나 수도권 집중화 경향 같은 인구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국가균형발전, 지역 산업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 우리 사회의 주요 주체들이 함께 접근해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코로나19까지, 대학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기를 극복할 돌파구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수도권보다는 지역 대학의 생존 문제가 당장 눈앞의 현실이다. 대학과 학생, 교수, 직원 등 구성원이 가진 역량과 특성화 분야, 대학이 소재한 지정학적인 요소, 지역의 산업 등을 고려해 대학의 발전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

지역 대학은 '로컬형' 대학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로컬형 대학으로서 지역의 산업 발전을 견인하는 산업 맞춤형 전문 인력 양성이 주요 역할 중 하나라고 본다. 지역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고, 그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지역의 역사와 산업, 지역의 정책 등에 대해 배우고 가르치는 '지역학'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지역 인재가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지역 산업 맞춤형 인재로 성장한다면 지역 산업과 지역 사회 전체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 대학과 지역이 함께 나아가야할 올바른 방향은.

▶앞서도 언급했지만 대학과 지자체뿐만 아니라, 지역 기업, 산업계 등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주체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시너지 효과가 난다.

4년 전 설립한 영남대 로봇기계공학과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영남대는 로봇과 자동차 분야를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보고, 4년 전 학과를 신설해 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로운 학문을 육성할 수 있는 신진 연구자와 교수들을 대학에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

로봇 분야의 대표적인 신진연구자인 최정수 교수는 올해 열린 '사이배슬론' 대회 웨어러블 로봇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력과 기술력을 공인 받은 것이다. 이러한 연구·기술력을 산업과 연계한다면 지역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고 본다. 지역 산업의 발전과 함께 가는 것이 곧 대학 생존과 지역 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다.

지역 발전을 위한 산업 유치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기업의 지역 이전 촉진책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경제계도 기업의 본사 기능이 지역으로 이전될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할 필요가 있다. 지역 이전 산업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지역인재 할당제 같은 제도도 적극 장려해야 한다.

재차 강조하지만 대학의 경쟁력이 지역 사회 발전, 나아가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학과 정부, 지자체, 기업이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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