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력도 훌륭한 교재'…대구 신기중과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가 만든 달력들

신기중 3학년생들, 후배 위해 '슬기로운 신기중 사용법' 제작
사업회, 대구 독립운동가와 독립운동사 담은 달력 펴내

1년 동안의 날을 각각의 달에 따라 요일, 절기, 공휴일 등으로 적어 놓은 것. 달력의 사전적 정의다. 이왕이면 날짜별 빈 공간에 학교생활과 학습 관련 내용을 담아본다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시도를 한 달력들이 지역에서도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 신기중학교 학생들,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가 만든 달력들이 그것이다.

대구 신기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후배들을 위해 만든 달력
대구 신기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후배들을 위해 만든 달력 '슬기로운 신기중 사용법' 중 1월과 5월 자 달력 일부. 신기중 제공

◆알찬 중학 생활을 위한 달력

대구 신기중학교(교장 오명희)에 올해 입학하는 신입생들은 특별한 선물을 받는다. '슬기로운 신기중 사용법'이라는 제목이 붙은 달력이 그것. 다음달 졸업하는 3학년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제작했다. 각 교실에도 이 달력이 걸릴 예정이다.

'슬기로운 신기중 사용법'은 '하고 싶은 거 다 해봐. 여긴 신기중이야'를 슬로건으로 3학년 학생들이 직접 쓰고 그린 달력.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신기중의 특색과 전통을 후배들에게 제대로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만든 것이다.

달력에는 선배들이 직접 경험하고 배운 '깨알 같은 학교생활 팁'이 곳곳에 녹아 있다. 가령 4월 달력엔 ▷소심한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기 ▷싸우면 바로 화해하기 ▷벌점은 최소, 상점은 최대! 등 '교실에서 잘~ 살아남기'란 주제로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6월의 달력 '단정함은 우리의 자랑이야'에는 복장 등 규정은 학생자치회에서 정해지고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말이 뒤따른다. 7월 달력에는 '신기충이 체육중학교라는 소문 들어봤지? 처음부터 잘하지 않아도 돼, 3년간 꾸준히 해서 못할 건 없어,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할 거야, 잘 지는 걸 배우는 게 인생에선 더 값진 일이야' 등 조언이 녹아 있다.

3학년 김민주 학생은 "우린 신기중에서 하고 싶은 걸 다 해봤는데 후배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우리처럼 다 누리지 못할 것 같아 안타깝다"며 "우리가 직접 만든 달력을 보면서 신입생 후배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길 바란다"고 했다.

3학년 학생들은 후배들을 위해 선물을 하나 더 남겼다. 학교 계단과 벽면 곳곳에 아름다운 시 구절을 적어뒀다. 중앙현관 첫 계단으로 들어서면 고재종 시인의 '첫사랑' 중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라는 구절을 볼 수 있다.

이곳 최정애 교감은 "3학년 학생들은 지난 한 해 힘든 상황에서도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 아이들"이라며 "졸업을 앞두고 후배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계단, 벽면을 꾸미고 달력도 만드는 게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이 아름다운 전통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가 대구 독립운동가와 독립운동사를 담아 펴낸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가 대구 독립운동가와 독립운동사를 담아 펴낸 '대구의 독립운동 달력' 중 일부. 채정민 기자

◆대구 독립운동사 담긴 달력

'E. H. Carr'로 잘 알려진 역사학자 에드워드 핼릿 카는 역사를 두고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 했다. 그만큼 역사 교육이 중요하다. 역사 달력을 활용하는 건 학생들이 역사를 다양하게 재미있게 접할 수 있게 하려는 시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달력에서도 역사를 유추해볼 실마리가 있긴 하다. 각종 기념일과 공휴일이 적혀 있어 지난 발자취를 살짝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양이 많지 않다. 더구나 관련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보려면 다른 자료들을 뒤적여야 한다. 이럴 때 유용한 게 역사 달력이다.

최근 대구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생겼다. 대구의 독립운동 관련 인물과 역사를 다룬 2021년 탁상용 달력이 만들어진 것이다.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상임대표 우대현)가 대구시의 지원을 받아 '대구의 독립운동 달력'을 제작했다. 대구의 독립운동과 역사를 연구하는 영남중 김태훈 교사가 감수를 맡았다.

이 달력은 대구의 독립운동을 알리고 대구독립운동기념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력 내용을 들여다 보면 학생들의 역사 공부에도 도움이 될 만한 부분들이 담겨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달력엔 '이달의 독립운동가' 12명이 소개돼 있다. 1월 민족시인 이육사부터 12월 대한민국임시정부 의정원 의원으로 활동한 현정건 선생까지 대구 출신이거나 대구를 무대로 독립운동을 펼친 인물들의 모습과 활동 내용이 담겼다.

매월 각 날짜마다 독립운동가들의 순국일, 주요 독립운동사 등이 기록돼 있다. 특히 진한 글씨로 표기된 것은 대구 출신 독립운동가와 대구의 독립운동 역사. 매월 달력 상단에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 대구', '대한광복회의 결성지! 대구' 등을 적어둔 것도 눈에 띈다.

독립운동계승사업회 측은 "대구의 독립운동을 주제로 한 달력은 이번에 처음 만들어진 것"이라며 "대구독립운동기념관의 건립 필요성과 함께 대구의 독립운동과 독립운동가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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