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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Insight] 꺾이지 않는 대학진학률과 재수생 비율

직장·대학 병행한 고졸 출신들 삶 만족도 높아…2020학년도 대학진학률 72.5%, 재수생 비율 24.5%

지난 11일 대구 달서구청에서 열린
지난 11일 대구 달서구청에서 열린 '2021학년도 수시 대비 대학입시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있다. 매일신문DB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정년이나 명예퇴직을 한 뒤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 중에는 고졸 출신들이 많다. 성공적으로 직장 생활을 마무리한 이들은 삶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표시한다.

몇 가지 전제를 하면, 성공한 고졸 출신들은 대부분 직장 생활 중에 군대를 다녀왔으며 방송통신대학이나 야간 과정으로 대학을 졸업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했다. 고졸의 핸디캡을 극복했기에 이들은 몸담은 조직에서 간부로 승진하며 인정받았고, 3년 가까운 군 복무 기간을 직장 생활로 인정받아 퇴직 무렵에는 40년 가까운 경력을 자랑한다.

1970년대 말이나 1980년대 초반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 대신 바로 직장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공무원, 공기업 직원이 되거나 세무고, 철도고 등 특수 목적 고교를 나와 해당 분야에 취업했다. 공고나 상고로 불리는 실업계 고교를 나와 은행이나 산업체로 직행한 이들도 포함된다. 농고를 나와 농업인으로 자립한 이들도 있다.

상대적으로 이 시기 치열한 입시 공부를 통해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한 사람들의 은퇴 시점 삶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 사는 만큼 무엇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그렇다.

기자도 이 부류에 속한다. 재수, 삼수를 거쳐 대학에 갔으나 당시에는 만족하지 못했고, 다시 만만찮은 경쟁을 뚫고 취업해 언론인의 길을 걸었으나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미래는 희망적이지 않다. 오랜 기간 조직과 사회를 위해 일을 했으나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보장받지 못한 상태다.

주위를 돌아보면 이런 처지에 놓인 대학 친구와 직장 동료들이 상당수다. 경제적으로 안정을 누리는 일부는 직장 업무와는 관련 없는 재테크에 성공했거나 부모나 처가 덕을 본 경우다.

한 우물을 파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음에도 나보다 못한 과정을 거친 주위 사람들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현실에 상대적인 박탈감은 크게 다가온다.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들이 성공적인 삶을 살지 못함에도,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하늘을 찌르고 대학 입학생 가운데 재수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높아지고 있다.

종로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2020학년도 전국 4년제 대학 입학자 34만2천699명 중 재수생 등 졸업생은 8만3천997명으로 24.5%를 차지했다. 2018학년도(21.4%)부터 3년 연속 증가했으며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 지역 4년제 대학만 보면 입학한 학생 8만3천875명 중 재수생 등 졸업생은 2만8천500명으로 34%를 차지했다. 10명 중 3명 이상이 재수생 등 졸업생인 셈이다.

이는 2019학년도(31.0%)보다 3.0%포인트 증가했으며 2011학년도부터 최근 10년간 가장 높았다.

서울 지역 대학 입학생 중 재수생 비율이 전국 기준보다 더 높은 것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중상위 등급을 받은 수험생들이 다시 대입에 도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1학년도에도 수능 전체 지원자 중 졸업생 비율이 작년보다 1.1% 포인트 증가한 만큼 서울 지역 대학의 재수생 비율은 더 상승한 35%대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대학진학률은 꾸준히 70% 안팎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증가 추세다. 2020학년도 고교 대학진학률은 72.5%로 전년(70.4%)보다 2.1%포인트 늘었다. 2014학년도(70.9%) 이후 2018학년도(69.7%)까지 감소하다 2년 연속 증가한 것이다. 최근 10년을 보면 2011학년도와 지난해가 72.5%로 가장 높은 수치다.

최근 증가세는 학생 수가 줄어드는 영향을 크게 받았다. 지난해 고등학교 졸업자 수는 50만373명으로 전년(56만8천736명)보다 12.0% 대폭 감소했다.

2021학년도에도 고교 졸업생 수가 계속 감소하면서 대학진학률은 더 상승할 전망이다.

대학진학률이 높고 재수생이 많다는 것은 대다수 사람이 여전히 높은 학력을 성공의 지름길로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학창 시절 재수는 더 좋은 대학이나 학과를 가려는 방편이지만 훗날 되돌아보면 일찍이 실패를 경험해 본 측면에서 더 값진 교훈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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