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산업단지, 행복 그리고 대구

김광묵 대구시 산단진흥과장

김광묵 대구시 산단진흥과장
김광묵 대구시 산단진흥과장

지역에서 작은 제조업체를 경영하는 지인이 "요즘 여러 가지로 상황은 힘든데 문득 '행복'이란 단어를 생각하게 된다"며 난데없는 고백을 하더니, "산업단지를 더 좋게 바꾼다는데 그거 하면 산업단지 사람들 '형편' 좀 나아지겠냐"며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상황을 토로했다.

월급쟁이인 필자의 눈에 비친 그는 경제적인 여유나 자유로운 직장 생활을 누려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는데, 최근 어려워진 회사 사정 탓인지 힘든 얼굴로 그가 불쑥 던진 '행복에 대한 단상'에 잠시 말을 잃었다.

산업단지가 좋아지면 우리 주변에 '형편' 좀 나아지는 친구가, 가장이, 기업인이 많아질까?

지역 도심 산단을 한번 들여다보자. 매출이나 근로자 수 면에서 규모가 작은 기업이 대부분이고, 도로나 주차장 여건도 좋지 않다. 임차 기업이 증가하는 가운데, 근로자 편의시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최근 한 산단을 지나다 '○○정밀공업'이란 공장 안에서 노부부가 야간작업을 하는 모습을 봤다. 좁고 어두컴컴한 공장 내부는 '정밀'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러나 '이 세상에 작은 기업은 없다'는 말처럼 그 노부부의 작은 공장도 수많은 제조업 가치사슬 가운데 빠뜨릴 수 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도시 외곽 대규모 산단은 산단대로, 또 도심 내 산단은 또 그 나름의 역할과 존재 이유가 있으니, 어느 하나를 소홀히 할 수 없다. 도심 산업단지 환경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 도심 산단은 위기에 처해 있다. 잘나가는 도소매업, 창고업이 산단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이들과의 무한 경쟁을 허용하면 접근성 좋고 인력 구하기 좋은 도심 내 산업용지가 잠식돼 기술력 있는 소규모 기업의 내몰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지가 상승으로 인한 기업 비용 증가는 제조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대구에는 21개의 산단이 있고 대구 전체 제조업 생산의 88.5%를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구 경제의 버팀목이다.

노후 산단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중앙정부 지원으로 진행돼 왔지만 가장 핵심은 200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산단 재생과 구조 고도화 사업, 그리고 올해부터 4년간 추진될 산단 대개조 사업이다.

산단 대개조 사업은 ▷개별 기업의 제조공정 혁신과 기술개발, 산단의 스마트화를 통해 기업 지원과 제조 창업 활성화 ▷근로자 편의시설 확충과 근로 환경 개선으로 청년이 찾는 산단 조성 및 전문인력 양성 ▷도로·주차장, 에너지 등 인프라 확충으로 안전하고 편안한 산단 조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2011년 성서산단에 대구지사로 둥지를 튼 이후 10년 만에 지난 1월 1일 대구본부로 격상하고 성서스마트산단 사업과 서대구·제3산단 산단 대개조 협력 사업을 본격 시작하게 됐다.

이번 달 초에는 대구시와 산단공, 그리고 대구TP 등 기업 지원기관들이 공동으로 인력을 파견해 성서스마트산단 사업을 전담할 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사업단은 성서산단의 산업 인프라와 편의시설 확충은 물론 개별 기업의 제조 혁신을 앞당길 사업들을 추진하고, 새로운 혁신 사업들을 발굴해 나갈 것이다.

기업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그리고 대구시의 일련의 노후 산단 경쟁력 강화 사업들을 통해서 노후 산단들이 다시 살아나길 바란다. 근로자와 기업인이 함께 행복하고, 나아가 주변의 친구가, 가장이, 시민 모두가 행복해지는 '행복한 시민, 자랑스러운 대구'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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