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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나이 합치면 198살'…결혼 생활만 77년째 우병근·김순옥 씨 부부

16일 대구 북구 칠성동 한 아파트에서 만난 우병근(100) 씨와 김순옥(98) 씨 부부가 100세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16일 대구 북구 칠성동 한 아파트에서 만난 우병근(100) 씨와 김순옥(98) 씨 부부가 100세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올바른 정신과 규칙적인 생활이 장수의 비결입니다."

16일 대구 북구 칠성동 한 아파트에서 만난 우병근(100) 씨와 김순옥(98) 씨 부부는 "좋은 음식을 배불리 먹고 편안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시간에 먹고 자는 것이야말로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현대인의 기대수명이 80세를 훌쩍 넘어서자 '100세 시대'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무병장수의 꿈을 이루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오랫동안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결혼 77주년을 한 달여 앞둔 우병근·김순옥 씨 부부가 건강을 지키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어 대구경북지역 사회의 희망이 되고 있다.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우 씨는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오랫동안 살 수 있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일"이라며 "남은 삶을 아내와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100세 할아버지, 할머니의 습관

우병근 씨 부부는 오랫동안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운동 등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왔다. 특히 부인 김순옥 씨는 30년 동안 명상과 요가, 체조, 스트레칭 등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 씨는 "60살부터 90살까지 학생이 등교하는 것처럼 매일 아침에 운동을 하다 보니 몸이 가벼워졌고 아픈 곳도 없다"라며 "누워 잘 때도 결리는 곳 하나 없이 편안하게 잘 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퇴직을 하거나 일을 그만두는 시기가 보통 60대 초반인데 이때부터 특히 건강관리를 잘해야 한다"며 "갑작스럽게 하던 일을 그만두면 건강이 나빠 질 수 있으니 소일거리라도 찾거나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지런한 김 씨는 매일 아침 고소한 밥 냄새로 우 씨의 잠을 깨운다. 그는 "매일 남편과 밥을 먹기 위해 아침을 차린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손수 차린 아침을 남편과 함께 먹고 싶다"면서 "이런 삶의 행복이 우리 부부를 오랫동안 살게 해준 원동력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들 부부는 하루 세끼를 꼭 챙겨 먹으며 제시간에 일어나 잠을 자는 등 규칙적으로 살고 있다. 우 씨는 "해가 뜨면 잠에서 깨고, 해가 지면 활동을 멈추고 잠을 자라고 하는 자연의 신호"라며 "건강을 위해선 자연의 섭리를 어기지 않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큰 병고 없이 건강하게 살아왔다. 우 씨는 40년 전 수해 피해 현장에서 넘어져 다리 수술을 받았다. 그는 "다리를 다친 것 외에는 암이나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것은 없다"라면서 "반주를 할 정도로 건강히 잘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역군으로 최선 다해온 삶

우병근 씨는 1951년 대구 최초의 현대식 예식장인 대구예식장을 열어, 지역의 예식 문화 발전을 이끌었다. 이후 1964년부터 1987년까지 동원예식장도 운영했다. 당시 지역에 피로연 문화는 있었지만, 예식을 마친 뒤 신랑·신부 집에 몰려가 잔치 음식을 즐기는 방식이었다. 갈수록 음식을 마련하는 것이 힘들고 번거로워지면서 자연스럽게 피로연 장소에 대한 수요가 생겼다. 고객의 이같은 요구를 간파한 그는 새로운 대구 지역 예식문화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는 "비용이 들더라도 조금이라도 편안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피로연을 할 수 있도록 운영방침을 세웠다"며 "이후 예식방식이 변화하는 것을 보고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예식업에서 손을 뗀 그는 식물 등을 키우는 동원농장을 운영했다. 우 씨는 "나무와 꽃을 가꾸는 일을 하며 평생을 보냈다"라며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에 수탈과 가정의 땔감 사용으로 인해 잃어버린 나무의 중요성을 깨닫고 국토 재건을 위한 나무 심기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우 씨는 1955년부터 지금까지 66년 동안 로타리 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그는 '대구 청년 로타리구락부'를 시작으로 1961년 동대구 RC 창립멤버로 입회했다. 1982년~1983년 3700지구 총재를 맡기도 했다. 당시 그는 독립기념관 건립을 위한 1천500만 원의 기금을 기탁했다. 또한 경북 안동, 포항, 청송 등 경북 북부지역에 로타리 클럽을 창립하는 데 기여했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활동도 많이 하고 봉사도 많이 하러 다녔다"라며 '지금은 거동이 불편해 직접 봉사를 다니긴 어렵지만, 후배들에게 희망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BBS 중앙연맹 부총재, 경북도연맹 회장, 보이스카우트 경북도 부연맹장, 평통정책 자문위원, 대구지법 조정위원 등 다양한 곳에서 활동했다. 특히 1967년부터 30년간 어려운 청소년들의 보금자리 등을 지원해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기도 했다. 우 씨는 "내자신을 뛰어넘는 초아의 봉사 정신으로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라면서 "사회 각계의 많은 사람이 서로 돕고 사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44년 2월22일 우병근 씨와 김순옥 씨의 결혼사진. 가족제공.
1944년 2월22일 우병근 씨와 김순옥 씨의 결혼사진. 가족제공.

◆사랑하는 우리의 행복을 위한 여생

우병근 씨 부부는 오랫동안 서로에게 의지해오다 보니 애정이 남다르다. 우 씨는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면서 "고생을 많이 한 아내를 언제나 아끼고 앞으로도 사랑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부인 김 씨는 "아침에 남편을 깨울 때 얼굴을 보면 젊은 날이 생각나 사진을 꺼내 보곤 한다"면서 "남은 날까지 옆에서 예쁘게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100년을 살아온 이들도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순옥 씨는 "오랫동안 함께 살며 서로를 챙겼지만, 한사람이 먼저 떠나게 되면 남은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자다가 세상을 떠났으면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자식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게 아프지 않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많은 나이 때문에 웃지 못할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김 씨는 "나이가 많아 주변에 비슷한 나이가 없다. 이야기해보면 보통 10살은 차이 난다"면서 "얼마 전 팔각정에서 같은 띠를 만나 동갑이라고 반갑게 인사했는데 알고 보니 12살 아래인 띠동갑이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들 부부는 행복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 씨 부부는 "식물을 키우고 집을 청소하고 서로의 눈을 보며 웃을 수 있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며 "큰 재물을 얻으며 느끼는 것보다 가족끼리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이 더욱 더 큰 행복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우병근 씨와 김순옥 씨 부부는 누구나 장수 할 수 있다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부부는 "장수를 위해 어려운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누구나 알고 있는 것만 잘 지킨다면 모두 장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행복한 노후와 아름다운 삶을 위해 모두 잘 살아봤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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