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프강 페터센 감독의 영화 '아웃브레이크(1995년)'를 보면 무서운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이렇다. 아프리카 자이르의 모타바 계곡에서 의문의 병이 발생하여 그곳에 주둔한 군인들이 죽어나가는 사건이 1967년에 발생했다. 이에 미군이 긴급히 조사에 나섰고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여 병사들이 죽는 참혹한 현장을 목격하고 샘플 채취만했다.
이후 곧바로 그 캠프에 폭탄을 투하하여 모두 몰살시키고 은폐해버렸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어느날 자이르에서 또다시 의문의 출혈열 감염병이 발생하여 사람들이 죽어갔다. 치사율이 100%인 바이러스가 마을을 휩쓸고 지나가 폐허로 만들어 버렸다. 이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참사라고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에볼라 바이러스병으로 인한 참사와 닮아 있다. 이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끔찍한 참사가 반복해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아프리카의 에볼라 바이러스병을 들여다 보자.

◆에볼라, 반복되는 아프리카의 참사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무서운 바이러스를 하나 꼽으라고 하면 에볼라 바이러스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에볼라 바이러스병의 치사율은 무려 50~90%나 된다. 이렇게 무서운 에볼라 바이러스병이 아프리카 지역에서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병이 처음 발생한 것은 1976년이다. 아프리카 자이르의 얌부쿠 지역과 수단의 은자라 지역에서 거의 같은 시기에 에볼라가 발생했다.
에볼라가 처음 발생한 지역인 '자이르'가 지금의 콩고민주공화국이다. 안타깝게도 콩고민주공화국을 비롯하여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지난 수십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에볼라 바이러스병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감염병은 예전에 '에볼라 출혈열'이라고 불렀는데, 에볼라에 감염된 환자가 혈관이 파괴되면서 피를 쏟으며 처참하게 죽어가는 모습 때문에 붇여진 이름이다. 에볼라의 치사율이 무척 높지만 모든 환자가 피를 쏟으며 죽는 것은 아니어서 요즘은 '에볼라 바이러스병'이라고 바꿔 부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76년에 아프리카 중부 내륙 콩고민주공화국 북쪽의 얌부쿠 마을에서 처음 발견됐을 당시에는 감염자 318명 중 88%에 이르는 28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1995년에 콩고민주공화국에서 254명, 2000년에 우간다에서 224명, 2007년에 콩고민주공화국에서 187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또한 2013년에서 2016년 사이에도 에볼라가 발생하였는데 28,000명의 감염자와 11,308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그리고 2020년 6월에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에볼라가 다시 발생하였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밝혔다.

◆에볼라 증상과 원인
에볼라 바이러스병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염병이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사람의 몸속으로 침투하면 열흘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다. 이후 본격적인 증상이 나타나는데 고열, 심한 두통, 구토, 근육통 등이 나타난다. 이 후에 증상이 악화되면 간이나 콩팥 등 장기 기능이 약화되고 내출혈이 발생하여 사망할 수 있다.
이 감염병의 원인 병원체는 에볼라 바이러스인데 필로바이러스과 에볼라바이러스속에 속하며 5가지 유형이 보고되었다. 이 5가지 유형은 자이르형 에볼라, 수단형 에볼라, 레스턴형 에볼라, 코트디브아르형 에볼라, 분디부교형 에볼라 등이다. 이 중에서 자이르형이 가장 처음 발생했으며 가장 많은 유행을 발생시킨 것이다. 그리고 레스턴형 에볼라는 원숭이에게는 감염되어 치명적인 증상을 나타내는데 사람에게는 비병원성이다.
에볼라 바이러스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마치 겨울철 목도리를 짤 때에 사용하는 털실 몇 가닥을 잘라서 묶어놓은 것처럼 생겼는데 길이가 14 마이크로미터(μm)이고 직경은 0.06~0.08 마이크로미터(μm) 정도 된다. 이 바이러스가 어디에 숨어 있다가 어떤 경로로 전염되는지는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환자와의 긴밀한 접촉, 즉 감염된 체액이나 분비물 또는 드물게 성적 접촉을 통해 이뤄진다는 사실 정도다. 에이즈처럼 혈액이나 분비물을 통해 감염되나, 전염성은 높지 않다.

◆목숨 건 에볼라 연구와 치료제 개발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케네마정부병원의 어거스틴 고바 연구팀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유전체 연구결과를 사이언스 학술지에 2014년에 발표했다. 이 연구에 58명의 연구원이 참여했는데 이 중 5명이 연구 도중 사망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병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과 환자 치료를 위한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를 진행하던 연구원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는 안타까운 사고가 가끔 발생한다.
지금까지 여러 종류의 에볼라 백신이 개발되었다. 글로벌 제약사 GSK가 에볼라 백신을 개발하여 2014년에 임상시험을 진행하였으며 피시험자 20명 모두에게서 항체가 형성된 것이 확인되었다. 2018년에서 2019년에는 개발 중이어었던 rVSV-ZEBOV 백신을 콩고민주공화국 기부주 지역에서 실험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미국 제약사 머크사가 개발한 이 백신(rVSV-ZEBOV)은 에볼라 바이러스병 백신으로서 2019년 12월에 미국의 정식 허가를 받았다.
에볼라 치료제도 여러 종류가 개발되었다. 미국 맵 바이오 제약의 지맵과 일본 후지필름의 아비간 및 캐나다 테크미라 제약의 TKM-에볼라 등이 개발되었다. 2020년 10월에 첫 번째 에볼라 치료제가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는데 이것은 미국 리제네론 기업이 개발한 인마제브다. 이 인마제브 치료제는 5가지 에볼라 바이러스 유형 중 자이르형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다.
◆에볼라 치료제가 코로나19 치료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백신과 치료제다. 러시아 정부가 세계 최초로 2020년 8월과 10월에 코로나19 백신 두 종류를 허가했다. 이후 2020년 12월에 영국 정부가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 기업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허가했다. 이외에도 여러 코로나19 백신들이 개발되었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그렇다고 신종 감염병의 치료제를 몇 달 만에 뚝딱 만들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에 세계 각국은 기존에 개발해 놓은 체료제들 중에 코로나19 치료효과가 있는 약을 찾아 검증하기 시작했다. 독감치료제, 에이즈 치료제, 말라리아 치료제, 에볼라 치료제 등이 대상이었다.
이 중 길리어드 기업이 개발한 에볼라 치료제인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효과를 인정받아서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로서 정식 허가를 2020년 10월 22일에 받았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때에도 이 치료제를 투여하여 치료하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에볼라 바이러스병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치료제가 코로나19 치료제로서 사용된 것이다.
에볼라 바이러스병이 코로나19처럼 전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지만 위험한 감염병에 대해 알고 미리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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