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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1시 영업 연장 준비한 대구 자영업자들 "철회에 분통"

지난해 12월 31일 대구 중구 동성로 클럽골목 주변이 한산하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1일 대구 중구 동성로 클럽골목 주변이 한산하다. 연합뉴스

대구시가 전날인 16일 발표한 '오후 11시까지 영업 가능' 골자의 대구형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방침을 하루만인 17일 저녁 철회하면서, 당장 내일(18일)부터 연장된 영업 시간에 맞춰 장사 준비를 해 온 대구 지역 자영업자들이 크게 당황하며 분통도 터뜨리고 있다.

▶정부가 16일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방침을 발표한 후, 같은 날 대구시는 5인 이상 모임 금지 등은 정부안과 같으나 식당·카페·헬스장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 가능 시각은 정부안(오후 9시까지)보다 2시간 연장된 '오후 11시까지' 골자의 완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주말 동안 다수 자영업자들은 완화 방침이 적용되는 18일부터 좀 더 많은 손님을 맞을 기대감에 한 주 장사 준비에 분주했다.

그러나 완화 방침 시행을 불과 수 시간 앞둔 이날 저녁 대구시가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대구 지역 다중이용시설들의 영업 가능 시각은 정부안대로 오후 9시로 못 박혔다.

▶이에 다수 업주들의 분노가 온라인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단 향후 2주 동안은 평소보다 길게 장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식재료 주문량도 늘리고 식당 직원들의 근무 시간도 그만큼 조정했던 업주들은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한 자영업자는 "미리 준비한 식재료들을 대구시청 앞에 가져가야 하나, 청와대 앞에 가져다 놓아야 하나"라고 울분을 토했다.

지난 연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면서 문을 닫았던 한 식당 업주는 전날 대구시 완화 방침을 접하고 문을 열기로 했지만 다시 2주 동안 문을 닫아야 할 지 고민 중이다. 저녁 장사 위주로 운영해왔고 배달·포장 영업도 할 수 없는 메뉴를 파는 까닭에 영업 시간 2시간 연장 방침이 취소되면 문을 여는 게 오히려 비용 부담이 더 클 것 같아서다. 아울러 영업시간 연장에 맞춰 미리 아르바이트 직원을 뽑았는데 "오지 말라"고 해야 하는 업주들은 당황함과 미안함이 겹쳐 곤혹스럽다.

이는 헬스장도 마찬가지이다. 형평성 문제가 해결돼 다시 문을 열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주로 직장인들이 퇴근 후 저녁에 오는 것을 감안하면, 오후 11시까지 연장 운영하는 것과 오후 9시까지만 운영하는 것은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대구시는 영업 시간 2시간 연장 방침과 함께 그동안 집합금지 조치가 적용돼 온 유흥시설 5종 가운데 클럽·나이트 및 콜라텍을 제외한 단란주점·감성주점·헌팅포차 등의 업종들에 대해서는 집합금지를 해제키로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정부안대로, 5종 모두에 대한 집합금지가 유지됐다. 그러면서 잠시 기대감을 나타냈던 업주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대구시가 지자체 재량을 활용해 대구형 거리두기 방침을 밝혔지만, 이게 정부에 의해 없던 일이 된 맥락을 두고 대구시와 정부, 양측 모두에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대구시의 독자적인 거리두기 완화 방침 설정을 두고 중대본이 애초 지자체 재량이었던 영업금지 시각 설정권, 집합금지 시설 결정권 등을 빼앗은 점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향하고 있다. 확진자 발생 규모를 살펴봐도 지역별로 다른 처방이 충분히 효과적일 수 있고, 대구는 물론 어느 지자체든 각자 상황에 맞는 독자적 방침을 적용할 수 있어서다.

또한 중대본이 대구시에 '주의를 주겠다' '유감이다' 등의 언급을 한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비판의 시선이 향하고 있다.

이에 대구시민들은 "지방자치제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정부에서 압박을 넣은 것 같다" "중대본이 대구시에 주의를 주겠다고 유감이라고 했는데, 중대본이 대구시 위에 있나" "방역 잘 하고 있는데, 왜 대구시에 간섭을 하나" 등의 반응을 내놨다.

결국 대구시와 정부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이번 결과를 두고도 "대구시와 중대본은 협의도 안 하고 일하나, 방역은 생명권과 직결된 문제라 신중해야 한다" "말 잘 듣는 자영업자들 갖고 논다. 이랬다, 저랬다. 국민이 아주 개·돼지로 보이지" "권영진 대구시장, (거리두기 완화 방침 발표한)어제는 멋지던데, (철회한)오늘은 참 어이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번과 달리 정부가 지자체의 독자적 방침에 별다른 제동을 걸지 않은 사례도 나온 바 있어 대비된다.

1주일 전인 10일 부산시가 정부 방침과 달리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헬스장 집합금지 조치를 풀면서(11일부터 시행), 이게 한 주 뒤인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 방침에 반영되는 맥락이 만들어진 바 있다.

대구시 역시 이번에 다수 업종의 영업시간을 오후 11시로 연장하는 조치를 선제적으로 시행, 그 효과를 측정해 정부에 역으로 제안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는 결국 시작도 하기 전에 없던 일이 됐다. 그러면서 그동안 자영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했던 '오후 9시' 규칙 대신 '오후 11시' 규칙을 대안으로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도 놓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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