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주회 때 지휘자의 몸짓을 감상하는 것도 또 하나의 볼거리다. 지휘자 가운데 악보와 단원을 번갈아 쳐다보며 음 하나라도 놓칠세라 열정적으로 지휘하는 이도 있고, 악보를 보지 않고 자신도 음악을 감상하듯 지휘하는 이도 있다.
아르투로 토스카니니는 1908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지휘할 때 악보를 연주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펼치지 않고 지휘해 언론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시력이 좋지 않았던 토스카니니는 지휘할 때 악보를 볼 수 없어 통째로 외울 수밖에 없어 줄곧 악보를 외워 지휘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역시 명상에 잠긴 듯 눈을 지그시 감고 지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객석을 향해 인사한 뒤 뒤돌아서 단원을 한 번 점검하고는 눈을 감고 한 시간짜리 교향곡은 물론 세 시간짜리 오페라를 연주하는 데도 악보 한 번 보지 않고 지휘했다.
이 밖에도 푸르트 뱅글러나 로린 마젤, 클라우디오 아바도도 지휘자에게 '교과서'와 같은악보를 외워 지휘했다.
그럼 지휘자는 긴 악보를 어떻게 암기할까? 연주를 반복하다 보면 손이 익어 저절로 연주하게 되는 연주자들과 달리 지휘자는 악보 한 쪽 한 쪽을 사진 찍듯 통째로 기억해 외우는 '포토그래픽 메모리'(photographic memory)라는 원리로 악보를 암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악보를 보지 않는 지휘자는 음악에 더 몰입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시선을 악보에 붙잡히지 않고, 악보를 넘기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신체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 또 관객과 단원들에게 능력있는 지휘자로 보여져 신뢰감도 줄 수 있어 그렇게 한다는 이도 있다.
그러나 악보를 보고 지휘하는 것을 고집하는 지휘자도 적잖다. 어떤 지휘자는 악보를 외우고도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악보를 보면대(지휘할 때 악보를 펼쳐서 놓고 보는 대)에 놓고 지휘하기도 한다. 지휘하는 동안 집중력이 흐트러져 다음에 지휘할 악장이 떠오르지 않아 연주를 망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악보를 외우고 안 외고는 지휘자의 스타일뿐 그것으로 지휘 능력을 평가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한 지휘자는 "악보를 빠르게 외우는 능력은 분명 테크닉 중 하나"라며 "그러나 지휘자가 그 곡을 외웠는지 안 외웠는지가 실제로 곡을 지휘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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