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1일 나란히 모금을 시작한 대구와 경북의 사랑의 온도탑이 이달 31일 마감을 앞두고 일찌감치 이달 11일과 12일 100℃를 넘겼다. 지난 한 해 동안 본지의 이웃사랑을 통한 성금도 2005년 첫 시작 이후 최고액을 기록했고 2019년보다 1억원이나 많이 답지했다. 코로나로 모두 힘든 터에 대구경북 사람이 세운 훈훈한 정 나눔의 금자탑이 아닐 수 없다.
올해 들어서도 이런 나눔이 이어져 대구에서는 지난 11일 기업체를 운영하는 이명수·박영선 부부가 개인으로 1억원 넘는 고액을 기부하는 모임의 회원(170호·171호)으로 첫 이름을 올렸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됐다. 특히 지난 13일에는 경북에서도 기업체를 가진 서중호 대표가 경북 지역에 사는 독립유공자 후손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데 써 달라며 1억원을 경북도에 내놓았다는 소식이다.
나를 위해 애쓰는 자리(自利)보다 남을 위하는 이타(利他)의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이타는 배려이자 차원이 높아 늘 돋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타에는 여러 꼴이 있다. 앞선 사례처럼 재물도 있다. 하지만 따질 수 없는 게 생명의 나눔이다. 장기 기증으로 꺼져 가는 생명을 살리는 나눔이 그렇다. 생명 나눔은 늘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고 여운도 길다.
그렇기에 대구경북 사람들이 나라가 어려울 때 실천한 목숨조차 아끼지 않고 던진 생명 나눔의 헌신과 희생의 이타 정신은 마땅히 기억하고 기릴 만하지 않겠는가. 특히 35년 암흑기인 일제강점기 나라의 보호 울타리도 없는 망국(亡國)의 백성으로 어떤 대가나 뒷날의 보답조차 바라지 않고 오로지 광복만을 위해 목숨을 희생한 독립운동가의 삶이야말로 그렇다.
그래서 대구와의 인연으로 100년 전, 1921년 목숨을 나라에 바친 14명의 독립운동가를 신축년 새해에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대구 달성공원에서 1915년 결성된 당대 최대 무장 독립운동 비밀결사인 (대한)광복회 소속 7명의 활동가이다. 이들은 지금은 사라지고 흔적조차 없는 대구감옥(김한종·박상진)과 오늘날 역사관으로 변신한 서대문감옥(김경태·임봉주·채기중)에서 8월 11, 13일 각각 사형으로 삶을 마쳤다. 강병수 회원 역시 사형으로, 장두환 회원은 서울 마포감옥에서 고문으로 눈을 감았다.
또 있다. 이들과는 다른 쪽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최수봉과 박재혁은 대구감옥에서 사형 집행으로, 또는 사형 집행 전 단식 자결로 삶을 마쳤다. 또 다른 5명은 대구감옥에서 순국(이종주)하거나 대구감옥에서 나온 뒤 고문 후유증(김점쇠·박규상·박재선·이양준)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10대를 갓 넘긴 김점쇠(20세)부터 50대를 눈앞에 둔 채기중(49세)까지 20대 4명, 30대 5명, 40대 5명의 청장년인 이들은 한창나이에 목숨을 조국과 나눴다. 너무나 짧았던 그들의 삶이 비록 길이 빛나겠지만 비통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나눔의 도시가 된, 옛 식민지 대구와의 독립 인연으로 목숨을 나라와 나누며 순국한 독립운동가 14명의 100주기를 맞아 어찌 그들을 그냥 잊고 지낼 수 있겠는가. 물론 이들의 삶과 배경, 출신 고을도 달라 여럿(경남·경북·전남·전북·충북)이지만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겠다며 목숨을 나라 몫으로 돌려 바친 사실은 같다.
이들 14인의 대구 인연 독립운동가의 생명 나눔과 희생에 걸맞게 대구와 대구 사람으로서 이제 마땅한 예우와 도리를 찾을 때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삶은 바로 그들의 생명 나눔 덕분이 아닌가. 나눔 실천에 앞장선 대구경북 사람의 지혜를 구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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