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1월 21일. 거짓말처럼 나라가 망했다. '국가 부도의 날', IMF 외환위기의 시작이었다.
모두가 난생처음 겪는 대혼란의 한가운데 IMF 세대(1970년대생)가 있었다. IMF 세대 대학생들은 단군 이래 최악의 경제 위기 여파로, 20대 내내 청년 실업 대란에 내몰리며 '저주받은 학번'으로 불렸다.
당시 취업준비생 중에는 어렵사리 대기업에 합격했지만, 첫 출근도 해보지 못한 채 또다시 취업준비생이 돼야 했던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IMF 사태와 함께 기업의 합격 보류 또는 취소 결정이 도미노처럼 번졌다.
2021년 1월 20일.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꼭 1년이 됐다. 전 세계를 덮친 미증유의 전염병 여파는 이제 '제2의 IMF 세대' 출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코로나 세대', 1990년대생 청년을 일컫는 신조어다. 우리 사회 전반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코로나19는 유독 청년들에게 가혹했다.
코로나 세대에 불어닥친 통계상 고용 쇼크는 이미 IMF 세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4월 20대(20∼29세) 고용률은 54.6%로, 4월 기준으로 198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코로나19 1차 대유행의 파고에 휩쓸린 대구 역시 청년 고용 쇼크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의 20대 취업자는 15만 명으로 전년보다 1만3천 명 급감했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감소율(7.7%)이다.(매일신문 1월 14일 자 1면)
아이러니한 현실은 역대 그 어느 정부보다 강력하게 '청년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 시대에 코로나 세대 청년 실업 대란이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과 3년 7개월 전, 2017년 6월 12일 문 대통령의 국회 시정 연설은 청년으로 시작해 청년으로 끝났다.
당시 문 대통령은 "특단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청년 실업은 국가 재난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고, 우리는 한 세대 청년들의 인생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현재 실업 대란을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 재난 수준의 경제위기로 다가올 우려가 있다.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에게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며 일자리 예산 편성을 호소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실패했다. 지난 한 해 일자리 예산 37조원을 쏟아붓고도, IMF 이래 가장 많은 취업자 감소(22만 명)가 현실화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새해 신년사에서 "코스피 지수가 2,000선 돌파 14년 만에 3,000 시대를 열며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미래 전망이 밝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딴 세상을 얘기했다 .
코스피 3,000 시대의 이면, 실업 대란에 내몰린 20, 30대 청년들이 너도나도 빚을 내 주식 광풍에 편승하는 참담한 현실엔 침묵했다.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 대란은 코로나19 사태뿐 아니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로, 비정규직 제로화 등 반(反)시장 정책의 부작용이 맞물린 결과다.
문 정부는 반시장 정책과 노동환경 개선을 통한 민간 일자리 창출, 코로나19 시대 노동시장 변화를 반영하는 정책 개발에는 상대적으로 손을 놓았다. 공공 부문 위주의 단기 청년 일자리 수치에 집착해 코로나 세대 실업 대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문 정부가 이제라도 청년 일자리 정책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을 꾀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표현 그대로 대한민국은 정말, 한 세대 청년들의 인생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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