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대구 자동차부품산업, 분골쇄신해야 살아남는다

채원영 경제부 기자
채원영 경제부 기자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 제너럴 모터스(GM)의 CEO 메리 바라는 최근 막을 내린 CES 2021의 기조연설에서 "내연기관은 잊어라, 앞으로는 전기차"라고 선언했다. 올해가 전기차 전환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 강조한 메리 바라는 30조원에 가까운 전기차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시장을 선도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미래차(전기·수소·자율주행차 등)로 전환 의지를 불태우는 가운데, 대구 자동차부품 업계는 여전히 내연기관 중심에 머물러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에서 미래차 전환을 준비 중인 업체는 모두 61곳이다.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춘 10인 이상 업체(381곳) 기준으로는 16%, 1인 이상 업체(1천112곳) 기준으로는 5.4%만이 미래차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지금 대구 자동차부품 업체는 냄비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서서히 익어가는 개구리와 같다.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대구의 미래차 전환 실태를 취재하며 만난 지역 자동차부품 업계 관계자의 말이 현재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리서치코리아가 2019년 12월 대구의 미래차 관심 기업 262곳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 '그린카'(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 구동시스템 사업화 단계에 진입한 비중은 3곳 중 1곳꼴인 35%로 나타났다.

문제는 사업화 진입 단계 중 관심 상태(50%)와 계획 수립(15%) 단계라는 응답이 전체의 65%를 차지해, 사실상 본격적인 사업 단계인 기술 개발(14%), 기술 확보(4%), 상용화(18%) 단계인 경우는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에너지 시스템, 공조 시스템 등 다른 친환경차 생산 항목에서도 관심 상태·계획 수립 응답이 적게는 59%에서 많게는 80%까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즉 지역의 많은 자동차부품 업체는 투자 비용과 인력 부족, 자금 회수까지 걸리는 긴 시간 등을 이유로 가야 할 방향을 알면서도 실제 행동에는 옮기지 못하는 현실이다.

대구 지역의 자동차부품 산업이 중소기업 중심으로 대부분 규모나 매출이 영세한 수준이라는 점은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근거다.

대구 한 영세 자동차부품 업체 관계자는 "우리 기업은 미래차 중심이 되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라며 "매주 회의를 하며 고민하고 있지만 현실은 아주 답답하다. 현상 유지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면 무력감마저 느낀다"고 털어놨다.

'오래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듯이 대구 자동차부품 산업의 한 축인 이들을 버려두고는 성공적인 미래차 전환을 논하기 힘들다.

물론 시장 논리에 따라 일부 업체가 폐업하는 것을 막을 수 없겠지만, 2·3차 협력업체의 줄도산은 대구가 미래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데 걸림돌이 된다. 기술력을 갖춘 1차 협력업체의 물량을 맡길 곳이 대구에 없다면 결국 외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대구는 자동차 산업 연구소, 자동차과를 둔 지역 대학 등 관련 인프라가 풍부하다. 전기, 수소, 자율주행 등 각 분야에서 전국에 내놔도 뒤처지지 않는 기술력 있는 기업들이 많은 점과 대구시가 미래형자동차과를 두고 각종 지원 정책을 추진하는 등 미래차 전환 의지가 높은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중요한 부분은 미래차 전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미뤄왔던 기업이라면 당장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실 떨어지는 것만 받아먹었는데, 이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뭔지 찾아야 한다"는 위기감 섞인 협력업체 관계자의 말이 와 닿는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