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포항 상수원 형산강 오염 안중에 없는 경주시

상류 안강 산폐물매립장 사업 2년 전엔 의견 묻고 지금은 안 물어

경북 경주시 안강읍 곳곳에 폐기물 매립장 신설을 반대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김도훈 기자
경북 경주시 안강읍 곳곳에 폐기물 매립장 신설을 반대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김도훈 기자

경북 경주 안강읍 두류공단 산업폐기물매립장 사업계획서를 검토 중인 경주시(매일신문 1월 18일 자 8면)가 인근 포항시에 관련 의견조차 묻지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경주시 등에 따르면 A업체는 지난 8월 안강읍 두류리 일대 8만7천831㎡ 부지에 산업폐기물매립장(매립면적 5만9천158㎡ 규모) 조성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사업 예정지는 인근 칠평천으로 합류하는 물가에 있는데, 칠평천은 안강읍을 지나 형산강과 만난다. 이곳에서 하류로 8㎞ 정도 떨어진 곳엔 포항시 전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유강정수장이 있다.

A업체의 사업 부지는 2017년 폐기물 처리업을 하는 B업체가 매립장을 조성하려던 곳이며, 당시 경주시는 주민 건강 악화와 하천 오염 등을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경주시는 포항시에 해당 업체의 사업계획서를 보내 검토를 요청했고, 포항시는 '수질 오염이 우려된다'며 부정적 입장이란 취지로 회신했다.

포항시는 2017년 11월 공문을 통해 "형산강 상류지역에 있는 데다 적정 처리 후 방류하더라도 지속적 수질오염이 가중될 우려가 높다. 또한 환경오염사고 발생 시 치명적인 수질오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주시의 '부적정 통보'에 불복해 B업체는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12월 대법원 항소심에서 최종 기각돼 사업은 무산됐다.

당시 법원이 경주시의 손을 들어준 주요 근거 중 하나는 '(포항시) 식수원으로서 수질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A업체는 2년 전쯤 B업체로부터 해당 부지를 사들인 뒤 매립장 규모를 이전 업체의 80% 정도로 줄여 같은 장소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경주시의 사업계획서 검토 방식이 3년 전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경주시는 이번엔 포항시에 사업계획서 검토를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안강읍 주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주민은 "대법원 판결이 난 곳에 3년 만에 다시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다. 분명 누군가의 도움을 믿고 사업을 시작했을 것"이라며 "포항시의 의견을 묻지 않은 것만 놓고 보더라도 경주시가 조력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고 했다.

형산강환경지킴이 김상춘 회장은 "안강 두류공단은 공단 도시계획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곳이다. 여기에다 산업폐기물 매립장까지 들어선다면 포항 식수원 형산강의 오염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법적으로 다른 시·군에 의견을 물어야 할 사안이 아니었기에 내부 검토 단계에서 배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하지만 형산강이 50만 포항시민의 식수원이라는 점을 들어 경주시에 신중한 검토를 요청할 계획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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