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떠나요, 영원히" 이 말을 남기고 고무신 거꾸로 신은 여인에게 돌아오라고 호소하는 노래 '돌아오라 소렌토로'. 아름다운 해안 도시 소렌토에서 나폴리까지 'ㄷ' 자로 파인 바다를 나폴리만(灣)이라 부른다. 허리춤이 잘렸지만, 그림 같은 곡선미의 베수비오 화산이 쪽빛 바다 한쪽으로 아름답다. 호사가들이 나폴리를 세계 3대 미항이라 입방아 찧을 만하다. "내 배는 살같이…" 명곡 '산타루치아'의 선율이 어린 산타루치아항 달걀성(Castle dell'Ovo)에서 시내 안쪽으로 나폴리 국립박물관이 자리한다.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 때 묻혔던 폼페이 출토 유물들이 경이로운 로마 문명의 실상을 전해 준다. 2층 '비밀의 방'에는 낯 붉히는 각종 음화와 조각들이 탐방객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그중 하나가 거대한 남근(男根)이다.
로마인들은 번영과 행복을 바라는 의미로 남근 조각을 실내에 두거나 대문에 그렸다. 기호학 창시자 소쉬르의 용어로 해석하면 남근은 기표(記標)이고, 행복이 기의(記意)다. 남근 조각 밑에 'FELICITAS'(행복)라고 쓴 폼페이 유물에 일상의 쾌락을 삶의 기쁨으로 여겼던 로마의 가치관이 잘 묻어 난다. 현실을 즐기는 로마의 카르페디엠 문화가 2천 년 넘게 면면히 이어진다.
19세기 오스트리아의 프로이트가 인간의 의식 너머에 잠재된 무의식을 들추며 정신분석학을 연다. 프로이트는 리비도(성적 에너지)를 삶의 동력으로 삼는다. 프랑스의 라캉은 프로이트 사상을 계승하며 팔루스(Phallus·남근 이미지) 개념으로 진화시킨다. 라캉은 '주체'(나) 이외의 모든 것을 '타자'(他者)로 명명한다. 프랑스어로 남을 가리키는 'Autre'의 대문자 'A'를 써서 '대타자 A'라고 부른다. '주체' 이외의 삼라만상이 '대타자 A'다. 이 가운데, '주체'의 마음, 충동(drive)이 꽂혀 향하는 대상을 소문자 'a'를 써 '소타자 a'라고 이름 짓는다. '주체'가 추구하는 모든 것, 가령 갖고 싶은 옷, 살고 싶은 집, 사랑, 심지어 권력 모두가 '소타자 a'다. 라캉은 '주체'의 욕망을 남근 이미지, '팔루스'로 규정한다. 팔루스 추구로 얻는 대상 즉, '소타자 a'는 판타지(fantasy·환상)로 텅 빈 공허함이라고 설파했다. 라캉에 앞서 이를 꿰뚫은 동양철학이 반야심경의 색즉시공(色卽是空)이다. 삼라만상의 모든 형상 즉, 색(色)은 텅 빈 공(空)이라는 의미다. 정치에 빗대면 권력무상(權力無常)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5년 차다. 2020년은 권력의 주역 청와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민주당이 혼연일체로 법치와 상식을 무너트린 해였다. 추미애 장관은 임명장을 받자마자 서울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부터 없앴다. 권력 연루설이 돌던 각종 금융 범죄 수사는 좌초됐다. 정권 관련 수사 검사들을 좌천시켰다. 결과는 문재인 정권 지지율 하락과 윤석열의 대권 후보 등극이었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윈장 출신 이근형이 대주주인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신문 의뢰로 조사 발표한 1월 19일 자 여론조사에 답이 들었다. 양자 대결에서 윤석열(46.8%) 대 이낙연(39%), 윤석열(45.1%) 대 이재명(42.1%)으로 윤석열이 누구랑 붙어도 이겼다. 추 장관은 언론에서 사라졌다. 추 장관의 욕망, 즉 팔루스가 서울시장 혹은 대통령이라는 '소타자 a'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게 공(空)이 됐다. 영원한 2인자 김종필이 죽기 전 읊은 "정치는 허업(虛業·헛일)"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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