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공매도 논란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최근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 '공매도'(空賣渡) 재개가 큰 관심사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매도 금지' 청원까지 등장하자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둔 정부와 금융 당국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21일 현재 서명한 인원만도 16만 명을 넘었다.

공매도는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매입해 주식을 되갚고 차익을 챙기는 투자 방식이다. 세계 각국 주식시장에서 허용하는 제도이지만 한국 증시에서 공매도는 '맹독성 제초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선진 금융시장과 달리 공매도 규정이 너무 엉성해 '개미 돈 먹는 하마'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공매도 거래에 순기능도 있다. 과열된 증시를 가라앉히는 데 공매도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시장 상황에 의문을 가진 일부 헤지펀드의 '빅 쇼트'(공매도)가 버블을 잠재운 방향타가 됐다. '대륙의 커피'로 불린 중국 루이싱커피의 회계 부정을 추적해 상장 폐지로 몰아간 '머디 워터스' 사례도 공매도의 긍정적인 얼굴이다. 하지만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져야 수익이 나기 때문에 '주가 하락의 촉매제'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정부가 공매도를 중단한 것은 작년 3월이다. 코로나 사태로 증시 폭락 사태에 직면하자 3월 16일부터 6개월씩 두 차례 금지했다. 오는 3월 15일로 금지 기간이 끝난다. 그러자 개미들이 들고일어났다. 이대로 공매도를 재개하면 10년 넘게 증시를 2,000선에 가둬 둔 '박스피'(박스+코스피)가 재현된다는 주장이다. 개미들은 "미국 증시처럼 무차입 공매도 금지와 차입금 의무 상환 기간 설정, 증거금 납입 등 제도 개선이 이뤄질 때까지 금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키운다. 이에 정부도 '제도 개선 후 공매도 재개'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공매도가 기관이나 자본 규모가 큰 외국인 투자자의 배만 불리는 '영양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공매도를 금지하면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거나 외국인 투자자가 이탈하고 주가 거품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배척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가 많은 제도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그게 더 큰 문제다. 어떤 제도든 공정하면 장점은 장점대로 단점은 단점대로 인정받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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