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가 빨개지면 의사의 얼굴은 파래진다'.
그만큼 토마토가 건강에 좋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광고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갑질하는 광고주일까? 아님 광고를 할 수 없을 정도의 불경기일까? 정답은 그저 묵묵히 본질에 집중하는 광고주이다. 나는 그런 광고주가 제일 무섭고 가장 존경스럽다. 여기 재미있는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가슴에 돌덩이가 앉은 듯합니다".
내가 아는 한 변호사님은 항상 이 말을 달고 살았다. 본인이 수임한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당연한 듯 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말이다. 변호사도 사람이고 일과가 끝난 후엔 자기 시간을 가져야 할 권리가 있다. 소주에 닭볶음탕을 안주삼아 아침 해와 조우할 때까지 술을 마실 수 있다. 팔공산 아랫자락에서 차박을 하며 캠핑을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의뢰인의 사건을 온 몸으로 감당하고 있었다. 마치 본인이 피고가 된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과음도, 캠핑도 할 수 없었다. 변호사 자신이 이미 그 사건 속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너무 갑갑하게 사는 것 아니냐'라는 말을 할 수 있다. 이 말에 변호사는 이렇게 답한다.
"제가 쓰는 서면이 제 얼굴입니다"
지극히 본질에 충실한 태도였다. 그리고 그런 태도는 내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그때부터 나는 그를 카피하기 시작했다. 본질에 집중하는 그의 태도를 따라 해봤다. 광고주의 매출이 떨어지면 우리 회사 매출이 떨어지는 거라 생각했다. 광고주 가게 주변에 유사 브랜드가 오픈을 한다면 위기의식이 생겼다.
그리고 경쟁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고민이 생기니 광고주한테 한 번 더 전화하게 되었다. 한 번 더 미팅 요청을 하게 되었다. 광고 회사의 관심을 싫어하는 광고주는 세상에 없다. '우리 브랜드를 이렇게 신경 쓰고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광고주와 관계가 더 돈독해졌다. 본질에 집중한 결과였다.

10년 가까이 광고 일을 하며 다양한 성향의 광고주를 만났다. 정에 호소하는 광고주, 돈이면 다 된다는 광고주, 일시키고 잠수 타는 광고주 등 참 다양했다. 하지만 결국 잘되는 광고주는 본질에 집중하는 브랜드였다. 광고가 메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가진 철학이 중심이 되는 브랜드였다. 그저 묵묵히 '어떻게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고객이 우리와 사랑에 빠지게 만들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본질에 도달하는 길은 두렵고 무한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그것이 지름길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업을 하면서 무수한 변칙적인 지름길이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 광고비를 1억을 쓰면 나는 1억 천원이라도 써야할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사업을 해보면 가장 빠른 지름길은 결국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느린 것 같지만 사실은 가장 빠른 길이다.
의뢰인의 사건을 자기 일처럼 감당한 변호사는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개업 1년 만에 고객이 줄지어 현재 법무법인 설립을 앞두고 있다. 상대방 변호사가 서면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했을 때 이제는 이런 생각을 한다.
'아, 이번 사건 어렵겠구나.' 이게 다 본질 때문이다.


(주)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어떻게 광고해야 팔리나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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