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박정희·김일성의 대결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에 큰 족적(足跡)을 남긴 두 사람을 꼽는다면 박정희와 김일성이다. 두 사람은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남북한 체제 경쟁을 이끌며 다른 삶을 살았다.

박정희는 경제개발5개년계획, 새마을운동,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추진해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는 기반을 마련했다. 남한에 앞서가던 북한을 완벽하게 추월했다. 1961년 남한의 1인당 소득은 82달러에 불과했으나 1979년 1천640달러로 20배나 커졌다. 같은 시기 북한은 195달러에서 1천114달러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김일성이 김신조 특공대, 문세광을 앞세워 박정희를 제거하려 한 것도 체제 경쟁에서 밀린 탓이 컸다.

지금 남북한 위상을 보더라도 박정희가 김일성에게 완승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9 남북한 주요 통계 지표'에 따르면 남북한은 천양지차다. 북한의 국내총생산은 35조3천억원으로 남한(1천919조원)의 54분의 1이다.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141만원으로 남한(3천744만원)과의 격차가 27배에 달한다. 북한의 무역액은 32억4천만달러로 남한(1조456억달러)의 322분의 1에 불과하다. 북한의 기대수명은 남성 66.7세, 여성 73.5세로 남한(80.0세·85.9세)과 비교가 안 된다.

남북한 국력(國力) 차이를 감안하면 북한이 남한에 고개를 숙이고 쩔쩔매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북한은 '삶은 소대가리' '특등 머저리' 등 남한을 향해 험한 말을 쏟아내고, 핵무기를 앞세워 위협하고 있다. 그에 반해 남한은 북한의 비난을 받은 외교부 장관을 갈아 치우고, 한미연합군사훈련 실시 여부를 북한에 허락 받겠다는 등 저자세다. 북한이 강대국, 남한이 약소국 모양새다.

김일성 손자가 북한을 통치하는 것과 달리 남한은 박정희를 역사에서 지우고 싶은 세력이 정권을 잡고 있다. 지금까지는 남한이 확실하게 이겼던 남북한 체제 경쟁이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북한에 굽실거리는 남한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김일성은 파안대소, 박정희는 울며 땅을 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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