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총리 출신 여당 대표 가덕도 행보, 이럴 순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1일 오후 부산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이 빨리 완공되도록 있는 힘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부산·울산·경남도가 영남 5개 시·도지사들과의 합의를 뒤집고 재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의 부지로 거론되는 땅이 내려다보이는 대항전망대에서 보란 듯이 주먹을 쥐었다.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해 여당 후보 지원을 위한 추한 속셈을 드러낸 셈이다.

이 대표의 노골적인 행위는 실망스럽다. 특히 이 대표는 직전 총리로 부·울·경의 가덕도 공항 재추진에 얽힌 말도 안 되는 사연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정부에서 부·울·경과 대구·경북의 시·도지사가 가덕도 신공항 대신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한 합의 과정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었던 장본인이다. 그래서 그 자신이 총리로 있을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부·울·경의 온갖 직간접적인 압박 속에서도 김해신공항 재검증 작업을 처리하지 않고 버티지 않았던가.

이는 17개 시·도의 모든 국민을 같이 보듬어 안을 수밖에 없었던 총리였기에, 5개 시·도지사 간 합의를 헌신짝 버리듯 파기한 부·울·경의 손을 차마 들어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음에 틀림없다. 물론 취임하고 얼마 되지 않은 후임 총리 정부는 지난해 11월 결국 부·울·경의 끈질긴 압박과 요구에 굴복, 사실상 김해신공항 백지화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도지사를 지낸 옛 경험에다 온 국민의 총리였던 만큼 5개 시·도지사가 어렵게 이끈 합의문을 아침저녁 마음 변하듯 찢고 팽개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집권 여당이란 무리의 틀 속에 끼자마자 이 대표는 정치인 입장을 떠나 나라 지도자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마저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다. 선거 승리를 위해 오거돈 전 부산시장처럼 성(性) 관련 비리로 치러지는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문재인 전 대표의 대국민 공약도 뒤집고 후보를 내려 한다. 이도 모자라 아직 정부의 공식 결론도 나지 않은 김해신공항 사업은 제쳐 두고 가덕도 공항부터 짓겠다니 도대체 제정신인가. 다수 의석의 국회 권력만 믿고 2월 특별법 처리도 약속했다. 아무리 선거 승리가 절실하다지만 총리를 지낸 사람이 나라 앞날을 잊은 망국적 일탈을 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