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전승과 발전을 막는 빗내농악 보존회의 폐쇄성

신현일 기자경북부
신현일 기자경북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후 김천금릉빗내농악 공연을 우연히 봤는데 예전과 아주 달라요. 한 번 관심을 가져 보세요."

김천금릉빗내농악에 대한 취재는 지난해 연말 한 독자의 제보에서 시작됐다.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이들은 빗내농악보존회의 문제점들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보존회 회원 수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상설공연 때면 외부 용병을 빌려온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지방자치단체가 빗내농악 기능보유자와 전수조교 등에게 주는 지원금을 부정하게 사용했다는 의혹, 다른 무형문화재에 비해 빗내농악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 부족, 한국예술종합학교 '빗내농악' 과목이 '경북무을농악'으로 바뀐 사연 등등.

하지만 취재 중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빗내농악의 발상지에 위치한 개령초등학교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전교생 49명의 개령초등학교 학생들은 그동안 빗내농악을 열심히 배워왔고 전국 무대에서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갖고 있었다.

지역에서 전승되어온 선조들의 문화를 고사리손으로 이어가려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노력을 지원해야 할 자치단체와 보존회는 이해되지 않는 핑계로 지원을 하지 않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김천시가 지원하는 빗내농악 전승지원학교는 초등학교 2개교, 고등학교 1개교다. 이 중에 빗내농악의 발상지에 위치한 개령초등학교는 포함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어른들의 갈등이다. 현재 개령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빗내농악을 가르치는 강사가 빗내농악보존회 회원이 아니다보니 빗내농악보존회에서는 예산을 지원하는 김천시에 '복장이 다르다', '가르치는 내용이 다르다' 등 딴지를 걸었고, 김천시는 이를 받아들여 예산 지원에서 배제한 것이다.

이 강사는 빗내농악 이수증을 갖고 20여년 동안 개령초등학교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런 지도로 개령초등학교는 전국 단위 농악 경연대회에서 빗내농악을 선보여 무수한 수상실적도 남겼다.

빗내농악보존회가 수십 년 동안 빗내농악을 전승하고 발전시키고자 한 노력을 폄훼하거나 축소할 생각은 없다. 다만 빗내농악의 미래를 위해서는 보존회 특유의 폐쇄성을 걷어내라고 제안하고 싶다.

최근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 등 국악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빗내농악도 이번을 계기로 지역의 틀을 벗어나 전국을 넘어 세계를 뒤흔들 새로운 콘텐츠로 발돋움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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