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 영상박물관에 많은 사람이 방문하길 기원합니다."
22일 대구 중구 한국영상비디오박물관에서 만난 김태환(82) 관장은 "젊은 시절 권투 심판 생활을 하며 정확한 판단을 위해 관심 두게 된 비디오 매력에 빠져 평생 모아왔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에서 제일 작은 박물관이자 단 하나뿐인 비디오 박물관인 한국영상박물관은 1999년 9월 15일 첫 문을 열었다. 17평 남짓한 이곳에 들어서면 비디오, TV, 영상기, 카메라 등이 빼곡하다. 공간이 부족해 창고에 넣어둔 것까지 합치면 총 2천5백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 수집품은 김 관장이 매일 충전하고 세척하는 등 관리하고 있어 언제든 작동 가능한 상태다.
김 관장이 모아 온 수많은 수집품 가운데 첫 컬렉션은 1928년에 만들어진 독일 프랑케하이데케사 제품인 '롤라이플렉스(Rolleiflex) 코드1' 사진기였다. 그는 "여태껏 모아온 제품 중 기부를 통해 받은 것인지 구매한 것인지 등 이력을 꼼꼼히 정리해 두고 있다"며 "수많은 사람과 함께 보고 추억할 수 있는 문화유산으로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16살의 나이에 홀로 대구 생활을 시작한 그는 고향 영천을 떠나 식당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갔다. 초등학교 4학년 중퇴였던 그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권투를 배웠다. 아마추어 선수 생활을 하며 옷가게, 극장, 술집 등에서 일하며 생활을 유지해 나갔다. 1962년 36개월의 군 생활을 마친 그는 몸을 단련 하고 복싱 심판 자격을 얻기 위해 내려놓았던 연필도 잡았다.
1969년 경북 아마추어 복싱연맹 심판 자격을 얻었다. 4년 후 그는 중앙심판 자격도 얻어 장충체육관 등 유명 체육관 링을 누볐다. 그는 "심판 생활을 하며 판정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하면 더 정확하게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라며 "고향에서 잠시 일했던 사진관이 생각나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민하던 중 1977년쯤 비디오를 구매해 영상 촬영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관장은 비디오 시장 발전과 예술 산업 발전을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그는 "1987년 한국비디오 작가협회를 만들어 비디오 예술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라며 "전국 27개 지부, 6천500명의 회원이 힘을 합쳐 19회 전국 비디오 촬영대회, 국제 비디오 대전 14회 등을 펼칠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했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다양한 곳에서 열정을 불태웠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초대운영위원장, 대구박물관 협의회 부회장, 2012 대구원로사진가협회 회장으로도 활동했다. 이같은 활동을 통해 김 관장은 2004 대한민국 문화훈장 화관장을 받았다. 2002년 대구시장, 2001년 문화관광부 장관, 1999년 경북도지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는 "초창기에 촬영물이 음란물로 분류되면서 곤욕을 치른 적도 있었다"라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비디오라는 장르가 예술로 인정받고 널리 알려져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비디오에 대한 김 관장의 열정은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여전하다. 그는 고(故) 백남준 비디오 작가가 사용했던 비디오 기기를 구매하기 위해 2002년에는 뉴욕까지 비행길에 오르기도 했다. 김 관장은 "종합예술은 비디오를 위해 인생을 바쳤다"라며 "1978년에 매입한 대구 동구 신암동 땅이 평당 5천 원이었는데, 비디오 촬영기, 카메라를 450만 원이나 주고 구매할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 지금도 칠성시장과 서울 청계천부터 미국의 뉴욕 맨해튼까지 카메라가 있다면 밤새워 찾아갈 정도로, 젊은 날의 열정을 못지않게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영상박물관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 꾸준히 노력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광주국립과학관과 2019년 국립대구과학관에서 영상장비를 소개하는 전시회를 열어 수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라며 "더 넓은 전시 공간을 마련해 자라나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곳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큰 박물관을 만들고 싶지만 여의치 못할 상황이 온다면 박물관을 건립할 수 있는 사람에게 소장품을 기증할 마음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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