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사건' 강압수사 피해자들 진실화해위 찾아… "진실 바로 잡아야"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된 이춘재(56)가 2일 오후 법정에 출석한다. 이춘재는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수원지법 형사12부가 맡은 이 사건 재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당시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사진은 이춘재가 출석해 증언할 법정 모습. 연합뉴스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피해자인 고 김현정 학생의 아버지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피해자들을 대표해 이춘재가 저지른 총 14건의 살인사건에 대한 총체적인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춘재 연쇄살인 당시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피해를 본 이들이 25일 서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8차 사건 용의자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억살이를 하다 최근 열린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윤성여(54) 씨는 "모든 잘못된 진실은 앞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씨와 함께 진상규명을 촉구한 사람은 3명이다. 경찰이 사체를 은닉한 것으로 드러난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의 피해자 김현정양의 아버지와 9차 사건의 용의자로 몰렸던 윤모(1997년 사망) 씨의 친형 등이다.

당시 19세였던 윤씨는 허위 자백을 강요받다 DNA 검사로 풀려났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배우 박해일이 연기한 캐릭터의 모티브가 됐다.

윤씨의 친형은 "동생은 구치소에서 풀려나자마자 1년도 안 돼 암에 걸려 병원에서 7년 투병하다가 사망했다"면서 "억울하고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김양의 부친도 "수십년 동안 실종이라 생각하고 살아서 문도 안 잠그고 열어놓고 살았는데 경찰들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8차 사건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아 정의가 실현됐다고 할 수 있지만, 총 14건 중 13건은 아직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14건의 수사에서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용의선상에 올라갔고, 이 중 적지 않은 수가 반인권적 수사를 받은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진실화해위에 1986년부터 1991년까지 화성과 청주 일대에서 발생한 이춘재 사건 당시 용의자로 몰린 피해자들이 허위 자백을 하게 된 과정과 살인 피해자의 사체은닉·증거인멸 등 경찰 수사 전반에 관한 구체적인 진실을 밝혀달라고 진실화해위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