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범계, 읍소하는 고시생에 개인정보법 운운 위협"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회
장제원 "약자 인식 드러나" 朴 "상대방도 예의 안 지켜"
공천헌금 방조 전면 부인…"검찰총장 권한 분권화 절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 자료 화면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 자료 화면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범계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고시생 폭행 논란, 측근 지방선거 공천헌금 의혹, 법무법인 출자 논란 등을 집중 추궁하며 신상 검증에 주력했다. 반면 여당은 검찰개혁 등 정책 질의를 중심으로, 과거 박 후보자의 불우한 가정사까지 언급하며 적극 엄호에 나섰다.

◆각종 의혹에 모두 부인·반박

첫 질의에 나선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고시생 폭행 의혹과 관련, "답답하고 절박해서 1년간 사법시험을 존치해달라고 읍소하는 힘 없는 고시생에게 개인정보법을 운운하고 맞을 뻔했다는 냉혈함을 보였다. 박 후보자가 가진 약자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자는 지난 2016년 자신의 집 앞에서 사법시험을 존치해달라는 한 고시생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후보자는 "이 사건은 유감스럽게도 (모임) 대표자라는 사람이 청문 기간에 명예훼손으로 고발해서 말 그대로 계류 중"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다만 "제 덩치가 크지 않은데 저보다 훨씬 큰 덩치의 청년 대여섯 명이 밤 10시에 나타났다. 제 아내가 대전 집에 혼자 있는데 밤에 초인종을 눌러서 어마어마하게 놀랐다"며 "저 역시 예의를 존중하지만, 예의라는 건 상대방이 예의답다고 느낄 때 나타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자는 공천헌금을 요구한 측근들의 행위를 방조했다는 의혹은 전면 부인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의 거듭된 추궁에 침묵으로 대응하던 박 후보자는 "다시 한번 무혐의 결정문과 재정신청 기각 결정문을 봐달라"고 답했다.

앞서 의혹을 폭로한 전 대전시의원인 김소연 변호사는 박 후보자를 공직선거법 위반 방조 혐의로 대전지검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2018년 12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김 변호사는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재정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박 후보자는 자신이 출자한 법무법인 명경의 연매출이 6년 새 300배 이상 증가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동생을 (법무법인 명경에) 사무장으로 맡겨놓고 7~8년 동안 사건수임을 엄청나게 한 것"이라며 "법적으로는 깨끗하지만, 실체적 진실을 말하는(묻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명경과 관련해 단 하나라도 사건에 관여했거나 단 한 푼이라도 배당을 받았거나 관여했다는 주장에 대해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왕적 총장, 분권화 절실"

박 후보자는 이날 여당 의원들의 질의를 통해 향후 검찰개혁 구상을 밝혔다.

먼저 검찰 인사 기조와 관련해 조국 전 장관과 추미애 장관의 형사·공판부 검사우대 원칙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 후보자는 검찰 인사에 관한 철학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형사·공판부 우대는 검찰이 수사권 조정을 통해 다뤄야 할 주 포인트"라며 "인권, 적법 절차, 사법적 통제라는 3가지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업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이 실재하는 이상 당연히 인사에 대해서는 총장 의견을 들어야 한다"며 윤석열 총장의 의견을 들어 인사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또 '제왕적 총장'이라는 표현을 쓰며 분권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검찰총장은 모든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총장'이라 분권화가 절실하다"며 "총장의 권한을 고검장이나 지검장, 각 검사에게 상당 부분 위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검찰개혁을 원하는 이유는 검찰권의 남용이 있었고, 그 남용을 제어해야 할 검찰총장의 여러 직무상 지휘·감독권이 검찰권 남용과 함께 어우러진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관의 지휘·감독권은 검찰권의 남용, 인권 보호와 적법 절차 부분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에 대해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에 따르면 현재 상태에서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하는 게 옳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與, 엄호 집중…불우한 가정사 소환

더불어민주당은 박 후보자 엄호를 위해 불우했던 가정사까지 소환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 자질 중 도덕성과 가치철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치철학은 책을 읽는다고 습득되는 게 아니라 살아온 이력, 특히 가정환경이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자에게 "최근 언론보도를 보니까 후보자가 오래 정치를 했음에도 부모님이 모두 장애인이었다. 부친께선 40여 년 전 실종 신고돼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성장한 스토리가 있다"며 "이런 이력이 법무 행정할 때 어떤 철학과 가치를 가질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제가 아버지와 어디 손잡고 나가본 기억이 없다. 부모님 모두 장애인이다"며 "저는 여가부장관을 하고 싶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정치도 그런 마음으로 해왔다"고 말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고시생 폭행 논란에 대해 "이분들(고시생 모임)에게도 절박성은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사회적 약자는 아니다"라며 "비정규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손가락 잘려가면서 일한 노동자도 아니고"라며 박 후보자를 두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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