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생명, 환희. 보통 봄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단어들이다. 봄을 이렇게 표현한 시도 많고 사람들도 그리 여긴다. 추운 겨울도 이제 끝이 보인다. 새 생명이 싹을 틔우는 봄이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새로운 시작을 꿈꿀 시기다.
하지만 지금 교육 현장의 낯빛은 밝지 않다. 새 학기에 대한 기대를 말하기가 민망한 형편이다. 코로나19 탓만은 아니다. 인구가 급감해 학생이 모자라서다. 특히 대학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앞으로 그런 현상이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이니 표정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
출산율이 너무 낮다는 게 하루이틀 나온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부터는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졌다. 2018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0명대(0.98명)로 곤두박질쳤고, 2020년 3분기엔 0.84명으로 더 떨어졌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1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출생아 수는 2만85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보다 3천642명 줄었다. 월별 출생아 수로 따지면 2015년 12월 이래 60개월 연속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감소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구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 충격파가 교육 현장부터 흔들고 있다. 학령인구가 감소해 학교가 존폐 위기에 몰리는 상황이 낯설지 않다. 최근 들어선 지역 대학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신입생 모집에서부터 난항이다. 수년 전부터 수도권에서 먼 대학부터 사라진다며 '대학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고들 읊었다. 이젠 그게 현실이 될 판이다.
대학의 위기감은 커지는데 상황을 반전시키기도 어렵다. 대구경북은 교육열이 높은 지역이라고들 하지만 그것만으론 희망을 얘기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번 2021학년도 대학입시 상황만 봐도 대학의 미래는 암울해 보인다. 등록금 동결, 장학금 확대 등 당근책을 내놓아도 모집 정원을 채우기 어렵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2021학년도 대입 시행 주요 사항 등을 근거로 한 대구경북 대학 모집 정원은 6만1천886명(4년제 대학 3만7천856명, 전문대학 2만4천30명) 수준. 그런데 지역 고3 학생 수는 4만3천889명(대구 2만1천822명, 경북 2만2천67명)에 그친다. 모집 정원보다 수험생 수가 1만7천997명이나 적다. 신입생을 모집하기 힘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고 앞으로 수험생 수가 늘어 활로가 열릴 것도 아니다. 3년 뒤 대입 수험생이 되는 지역 중3 숫자는 4만105명(대구 2만239명, 경북 1만9천866명) 정도다. 현재 고3 숫자보다 3천 명 이상 적다. 대학들이 그냥 꾹 참고 버틴다고 넘길 수 있는 위기가 아닌 셈이다.
대학이 쓰러지면 일자리가 줄고, 인근 상권은 몰락하며, 인재는 지역을 빠져나간다. 지역사회는 활력을 잃고 휘청이게 된다. 물론 대학들이 강점을 살린 특성화, 대학 간 연계 등 자구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거기에만 기댈 게 아니다. 행정·재정적 지원이 뒤따를 수 있게 물꼬를 트고 청사진을 그릴 필요가 있다. 학계와 지방자치단체, 정치권 등 지역사회 전체가 힘을 모을 일이다.
입춘(立春)이 다음 주다. 봄이면 많이 들려오는 노래 중 하나가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가사는 로맨틱하고 선율은 산들바람처럼 부드럽다. 하지만 곧 다가올 봄 분위기에 이 노래가 잘 녹아들지는 의문이다. 이달 28일 추가 모집을 포함한 2021학년도 대입 일정이 마무리되고 각 대학의 신입생 모집 결과도 나온다. 이번 벚꽃엔딩은 슬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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