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범계·전해철 '인증샷 회장님'은 문재인 대선캠프 특보

박범계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김태동 웰리치인베스트먼트 회장과 함께 찍은 사진.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박범계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김태동 웰리치인베스트먼트 회장과 함께 찍은 사진.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의 '인증샷'으로 논란의 중심이 된 사진의 주인공 김태동 웰리치인베스트먼트 회장이 문재인 대선캠프의 특보였다고 확인됐다. 김 회장은 현재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 송치된 인물이다.

26일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플로우'에 따르면 김태동 회장은 지난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의 특보단으로 활동했다. 2012년 10월 28일 문재인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발표한 특보단 2차 인선 명단에는 김 회장 이름이 조직1특보실 특보로 올랐다. 김 회장은 지난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 조직특보단 산하 '못난소나무'라는 단체 수석 대표를 맡기도 했다.

김태동 회장은 단순 특보가 아니라 대선 자금 핵심 모집책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김태동 회장이 2012년 대선 당시 대통령의 펀드 '담쟁이펀드'를 만들었다고 말한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녹음 파일에서 한 제보자는 "김태동 회장이 '내가 담쟁이펀드를 만들어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자금을 댔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담쟁이펀드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약 182억 원 가량을 모았던 문 대통령 선거 자금 펀드다.

문제는 김태동 회장이 사기를 포함 다량의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경찰청은 김 회장을 사기 및 공동폭행, 협박, 위계에 의한 간음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전국적으로 비인가 회사를 설립하고 다단계 방식으로 비상장주식 거래를 불법 중개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비상장주식 투자액만 2천억 원으로 경찰은 실제 투자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태동 회장이 최근 정계의 태풍으로 불리는 까닭은 박범계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박 후보자에 앞서 청문회장에 섰던 전해철 장관의 청문회 과정에서 함께 김 회장과의 사진이 잇따라 공개된 까닭이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못난소나무 행사에 참여해 김태동 웰리치인베스트먼트 회장(가운데)와 함께 찍은 사진.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못난소나무 행사에 참여해 김태동 웰리치인베스트먼트 회장(가운데)와 함께 찍은 사진.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실 등에 따르면 전해철 장관은 2018년 5월 27일 경남 진주에서 열린 못난소나무 경남서부숲 창립대회에 참석해 강연을 했다. 김태동 회장과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됐다.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청문회에서 "못난소나무는 알지만 대표가 여러분 있었다"며 김 회장을 "모른다"고 선을 그은 바 있었다.

이어 박범계 후보자와의 사진도 공개됐다. 2018년 8월 2일 전남 담양에서 열린 못난소나무의 야유회 사진이었다. 박 후보자는 야유회에서 김태동 회장과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 자신이 운영하는 웰리치인베스트먼트 직원을 동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범계 후보자와 전해철 장관은 경남 진주에서 열린 못난소나무 행사에 동시 참석했다고도 알려졌다.

25일 김도읍 의원이 공개한 녹음 파일에서 제보자는 "경남 진주 행사 때만 해도 박범계 후보자와 김태동 회장이 서로 데면데면한 사이였는데 그 이후로 전남 담양 행사 때는 굉장히 친하게 느껴졌다"며 "사람들이 '박범계' 하면 다 아는데 옷을 입고 물 속에 들어가 춤추고 노래하는 게 가능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이에 박범계 후보자는 "김태동 회장이라는 사람을 야유회에서 처음 만났고 그 이후로는 만나거나 연락을 취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8년 7월 13일 진주에서 열린 못난소나무 1주년 행사에 참석한 사실이 바로 드러나자 "못난소나무 대표가 여러 명이다. 김태동 회장에게 연락을 받은 게 아니라 당 대표 출마 이후 전국에 낙선인사 다니는데 대표 중 한 명한테 '소나무회원들이 야유회를 하니 다녀갔음 좋겠다'는 연락을 받아 갔었다"는 취지로 말을 바꿨다.

2017년 12월 2일 못난소나무 행사에서 강연하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뉴스플로우 제공.
2017년 12월 2일 못난소나무 행사에서 강연하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뉴스플로우 제공.

전해철 장관과 박범계 후보자에 이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내정된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못난소나무 행사에 참여했다고 확인됐다. 지난해 성추행으로 고소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마찬가지였다. 못난소나무는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운영했었지만 현재는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다.

한편 김태동 회장 이름이 오르내리자 담쟁이펀드와 더불어 P2P 업체인 '팝펀딩' 역시 눈길을 끌고 있다. 문재인 대선 자금을 담당한 담쟁이펀드에 모금 플랫폼을 제공·운용했던 팝펀딩이 550억 원대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까닭이다. 팝펀딩은 2017년 대선에서 담쟁이펀드를 비롯 문재인 캠프가 사용한 전체 선거자금의 66%에 달하는 329억 원을 모금한 업체다. 팝펀딩 대표는 문재인 캠프에서 펀드 실무를 담당했던 천경득 전 청와대 행정관과 친분으로 과거 한 차례 화제의 중심에 오른 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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