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끌''빚투''벼락거지'…코로나 시대 위기의 청년 시대

취업 대란…지역 2030 취업자 37만명 붕괴 '역대 최저 수준'
투자 광풍…집값 폭등에, '벼락거지' 직장인 주식 투자 몰두

거침없는 주가 오름세에 대구지역 청년들이
거침없는 주가 오름세에 대구지역 청년들이 '주식 열병'을 앓고 있지만 취업준비생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 14일 중구 한국공무원학원 복도에서 공시생들이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il.com

"얼어붙은 취업 시장과 급등하는 부동산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투자도 해보지만 '벼락거지(집값이 오르는 바람에 갑자기 거지 신세가 된 무주택자)' 신세입니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과 급등하는 집값으로 청년들의 시름이 깊다. 장기간의 경기 침체에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청년의 삶이 전례없이 팍팍해졌다.

청년들은 가뜩이나 어려웠던 취업 시장이 최근 코로나19로 더욱 얼어붙었다고 토로했다. 학력과 경력, 어학 점수 등 어느 세대보다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지만, 취업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어서다.

통계청이 공개한 '경제활동인구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20, 30대 취업자는 36만5천 명에 그쳤다. 이는 통계를 시작한 1989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이는 전년도 38만 명보다 3.9% 줄어든 것이다.

특히 대구 20대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지난해 56.4%로 전년보다 3%포인트 낮아졌다. 이 역시 관련 통계가 있는 2000년 이후 가장 낮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인구 중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로, 수치가 낮다는 건 그 만큼 취업 자체를 포기하는 청년이 많다는 뜻이다.

이 같은 대구 20대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전국 평균인 61.2%보다 한참 낮고, 세종시를 제외한 7개 특별·광역시 가운데 꼴찌다. 수도권인 서울과 인천이 각각 64.0%와 68.1%에 이르고, 대구 다음으로 낮은 광주도 58.0%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인구 유출 현상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대구를 떠난 20, 30대는 7천800명이나 된다. 향후 지역 경제 활성화의 주축이 될 인구의 상당수가 매년 지역을 떠나면서 도시 경제 전체의 활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년들은 좁은 취업문을 뚫은 후에도 '현실은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봉급만 성실히 모았다가는 평생 집 한 채 마련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젊은 층 사이에서는 주식, 비트코인 등에 대한 투자 광풍이 몰아쳤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를 한다는 '영끌', 빚을 내서 하는 투자를 하는 것을 일컫는 '빚투', 급등한 부동산·주식에 편승하지 못한 '벼락거지'라는 신조어도 일상에 자리 잡았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을 지역에 머물게 하기 위해선 양질의 일자리 마련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용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일자리연구실 연구위원은 "한 해 대구경북 대학에서 5만 명 정도의 인력을 배출하는데 지역에서는 이들이 일할 일자리가 부족하다. 또 지역 기업의 정보가 이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현실이 청년 취업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며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하려는 정책적인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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