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뒤를 이어 1년 가까이 시를 이끌어온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이 공직을 그만두고 '정치인' 인생을 연다.
시는 변성완 시장 권한대행이 26일 자로 사직서를 제출함에 따라 이날 온라인으로 퇴임인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변 권한대행은 제37회 행정고시 합격 후 고향인 부산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부산과 행정안전부를 오가며 근무한 그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재임하던 2019년 1월부터 부산시 행정부시장을 맡았다. 지난해 4월 23일 오 전 시장이 사퇴한 이후에는 시장 권한대행직을 수행했다.
26일 변 권한대행은 오전 11시부터 부산시청 1층대회의실에서 시청 내 방송을 통해 온라인 퇴임사를 전했다.
변 권한대행은 퇴임사에서 "내 고향 부산에서 공직의 시작과 끝을 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자 보람이다"라며 "뜻하지 않게 시장 권한대행이라는 중책까지 맡아 동분서주해 온 지난 9개월은 그야말로 살얼음 위를 걷는 심정의 나날들이었다"고 밝혔다.
변성완 권한대행은 이날 퇴임식을 끝으로 오후에 더불어민주당 입당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어 오는 4월 7일 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뛰어든다.
[퇴임사 전문]
사랑하는 동료 직원 여러분,
오늘 저는 27년을 몸담아 온 공직을 잠깐 떠나려고 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길을 마무리해야 될 시기가 오면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봅니다만,
저만큼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싶을 만큼,
저는 한마디로 복(福) 받은 사람입니다.
공무원으로서 첫 발을 뗀 1995년 5월 4일,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
공직의 시작과 끝을 제 고향 부산에서,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보다
더 영광이자 보람은 없을 것입니다.
기록적인 폭우가 부산을 덮치고 있던 지난 2014년 8월 25일
기획관리실장으로 내려오자마자 런닝셔츠 차림으로 밤샘 수습했던 기억,
2019년 행정부시장으로 부임 후 지금까지
매일 새벽마다 회의하고 점검하면서
코로나 확진자 수의 등락에 함께 긴장하고 안도했던 기억,
부산이 어려울 때마다 여러분들과 동고동락하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발이 닳도록 현장을 누비던 지난 날들을
이제는 추억으로,
제 가슴 속 깊이 새길 것입니다.
뜻하지 않게 시장 권한대행이라는 중책까지 맡아
동분서주해 온 지난 9개월은
그야말로 살얼음 위를 걷는 심정의 나날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결코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제 곁에는 동료 직원 여러분들이 계셨고
한결같이, 굳건히 제게 힘을 보태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떠나는 마음이 더욱 무거운 것도 사실입니다.
생업의 어려움을 묵묵히 인내하며 오히려 격려해주시는 시민들,
방역의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신 의료진들,
무엇보다 막중한 책임을 오롯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직원 여러분들과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는 죄송한 마음 그지없습니다.
너무너무 감사한 마음과 송구스러운 마음 진심으로 전합니다. (인사)
직원 여러분,
우리는 지금 '새로운 부산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공항은 김해가 아니라 가덕이어야만 한다",
"2030년 부산에서 세계박람회를 열자"고 피를 토하며 주창했을 때
어느 누가 감히 실현 가능성을 확신이나 했습니까?
하지만 우리는 해냈지 않습니까?
가덕신공항은 특별법 통과를 기점으로 더이상 되돌릴 수 없게 됩니다.
엑스포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유치 프로세스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국제관광도시의 밑그림은 이제 실행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북항재개발은 원도심 재생, 철도시설 재배치와 시너지효과를 낼 것입니다.
동북아 물류플랫폼의 경쟁력은 메가시티를 통해 한층 격상될 것입니다.
바로 여러분들이 직접 이룬 일들입니다.
자랑스럽지 않습니까?
앞으로 누가 시정을 이끌게 되더라도
결코 중단되거나 타협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일들입니다.
정략(政略)이 정책의 영역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야말로
여러분들의 노력을 폄훼하는 것이고
부산시 공직자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이 지금 제가 공직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평생 관료로서의 한 길만 걸어온 사람이
생소한 정치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은
그리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기준은 단순하고 명료했습니다.
부산의 발전과 부산시민의 행복을 위한 지름길이
또 다시 막혀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 하나였습니다.
미루고 또 미뤘습니다.
제 소박한 사명감이 한낱 영달을 위한 욕심으로 비춰질까봐
코로나라는 급한 불은 반드시 꺼야 한다는
책임감 하나로 버텼습니다.
다행히 급속한 확산세는 잡았습니다.
백신 접종을 위한 만반의 준비도 다 해놓았습니다.
이제는 결단해야만 했습니다.
부산과 부산시민, 그리고 동료 직원 여러분들이
비단길을 걸을 수 있다면야
그 어떤 가시밭길도 묵묵히 견디고 감수할 각오도 다졌습니다.
정도(正道)와 동료에 대한 믿음으로 27년 공직 생활을 무탈하게 보냈듯
냉혹한 정치의 세계 속에서도
'신념과 신뢰'에 기반한 저만의 길을 개척할 것입니다.
눈 앞의 이해득실에 연연하지 않고
바른 길이라는 확신이 들면 올곧게 앞만 보며 걸어 나갈 것입니다.
직원 여러분,
뿌리가 깊은 나무는 흔들릴 수는 있어도
부러지거나 뽑히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의 부산에 대한 애정과 전문성이라는 흙 아래로
여러분들이 일궈낸 수 많은 성과들이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부산시의 중심은 바로 여러분들이라는 자긍심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최고의 공직자를 든든한 동료로서 함께 했다는 자부심,
저 역시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여러분들로부터 받기만 한 복(福),
반드시 돌려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시 부대끼며 일하면서, 소주 한잔 기울일 수 있는
따뜻한 봄을 고대합니다.
더 책임감있는 사람으로
여러분들 곁에 돌아올 것을 약속드립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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