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동물이 지구상에 출현한 것은 약 2억 년 전인데, 이보다 약 9천만 년 전부터 있었던 단궁류(척추동물 중 완전히 육상에 적응한 두 분기군 중 하나)에서 진화한 것이라고 한다. 약 6천500만 년 전 엄청난 크기의 유성이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져 지구의 생태계에 큰 혼란이 와서 덩치 큰 공룡들이 멸종되고 많은 종류의 동식물들이 사라져갔다. 하지만 포유동물은 살아남아 빈자리를 채워나가서 오늘날 약 5천400종이나 될 정도로 다양하게 진화하여 이 땅에서 번성하고 있다. 이 중에는 바다로 돌아가서 고래나 물개로 살고 있는 종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포유동물이 육지에서 살고 있는데 여러 가지 특징들 중 언급하고 싶은 것은 몸의 한 부분이 땅에 닿아 있다는 점이다. 원숭이와 같이 주로 나무 위에서 살아가는 종들과 박쥐와 같이 날 수 있는 종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땅에 붙어서 살고 있다.
포유동물은 일반적으로 더 이상 추락할 수 없는 바닥에 있어야 안전함을 확인하고 편안하게 살아간다. 앞선 칼럼에서 강아지가 뒷다리라도 바닥에 닿아있어야 안정감을 가진다는 것을 언급했다. 이 점은 포유동물에 속한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어디서 무엇을 하든, 피부감각을 통해 몸의 한 부분이 바닥에 닿아있는 것을 인지하여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살아간다. 집, 학교, 각종 건물 안에 있을 때는 물론이고, 길을 걸어갈 때에도 그러하고, 심지어 자동차, 배, 비행기를 타고 가더라도 그러하다.
사람은 몸이 추락할 가능성이 있는 곳에서는 본능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고, 추락의 깊이가 대단하여 감당하기 힘들면 고소공포증까지 느끼며 그곳을 벗어나 추락할 수 없는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고층빌딩이나 교각을 건설하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추락사고가 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사람이 추락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때는 일을 하거나 어떤 특정한 목적을 위한 시간일 뿐 휴식하거나 일상생활을 할 경우에는 더 이상 추락할 가능성이 없는 바닥에서 한다. 여기에 예외적인 것이 있더라도 잠시이거나 짧은 기간에만 가능할 뿐이다.
이것은 몸에만이 아니라 영혼과 정신에도 해당된다. 사람은 개체적인 존재이지만 온전히 혼자의 힘만으로는 생존이 가능하지 않기에 많은 수가 모여 상호협조하면서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다.
군집생활을 하는 일반 동물들의 생태를 살펴보면 이들에게는 뚜렷한 서열이 있고 언제나 재조정해나간다. 재조정할 때의 기준은 몸집의 크기에 의한 힘이고 경험에 의한 지혜가 반영되기도 한다.
본능으로 살아가는 일반 동물에 비해 경험과 지식, 지혜와 권력 등 여러 가지가 반영되어 정해지는 인간의 서열은 복잡하고 재조정도 쉽지 않다. 하지만 서열은 항상 존재하기에 우리가 소속된 각종 단체 안에서의 삶은 언제나 조심스럽다. 무슨 말을 어떤 어조로 어떻게 하고 행동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섬세하게 생각하고 정확하게 해 나가야 갈등은 줄이고 협조와 기쁨은 키워나갈 수 있다.
여기에서도 늘 기본은 더 이상 추락할 수 없는 낮은 자리에 있는 것이다. 그러면 무안을 당하거나 상처받는 일, 깊게 추락하여 회복이 힘든 상태에 빠져드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어진다.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 또는 직장에서 불편한 일이 발생하여 마음고생을 하고 있거나, 더 이상 승진하지 못하여 고통스럽거나, 모든 것이 정상적인 데에도 불구하고 허전하거나 하면, 마음이 더 이상 추락할 수 없는 바닥에 있지 않고 공중에 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점검해 볼 일이다.
낮은 자리와 겸손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안전하게 하고 환난으로부터 보호한다.
신부, 천주교대구대교구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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