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골목 / 세계테마기행 지음 / EBS BOOKS 펴냄
2008년 2월 25일 첫 방송 이래 1천500여회에 걸쳐 세계 곳곳의 이야기를 소개해온 현지 체험 여행기이자 교양 다큐멘터리 EBS '세계테마기행'을 책으로 만난다. 그 첫 번째 이야기로 세상 곳곳의 골목길을 들여다본다. '세상의 골목'은 세계테마기행에서 그동안 다룬 여행지들 중 골목 이야기를 모아 소개하는 사진집이다.
이 책엔 그동안 둘러본 각 도시 골목의 역사와 문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포르투갈의 몬샌토 마을은 거대한 화강암 때문에 큰 길을 낼 수 없어 아예 그 돌에 기대어 집을 짓고 길을 냈다. 그래서 이곳의 집들은 실제로 돌 옆에 붙어 있다. 중국 광시좡족자치구의 소수민족 마을은 고지대에 위치해 계단식 다랑논을 만들었고 그 사이로 좁은 골목이 생겼다. 이란의 마술레 지역은 좁고 높은 곳에 마을이 생기면서 집 위로 길이 나는 구조가 되었다. 마술레에서 골목을 걷는다는 건 누군가의 집 지붕 위를 걷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독특한 모습으로 관광객과 현지인 모두에게 눈길을 끄는 골목에는 각자의 역사가 담겨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낭만을 얘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보카 지구는 사실 가난한 항구 노동자들이 이주해 살면서 배에 칠하고 남은 페인트로 집도 칠하면서 지금의 다채로운 색감을 지닌 골목으로 변모했다. 탄자니아의 잔지바르의 구도심은 오랜 기간 포르투갈, 오만, 영국의 지배를 받다 독립했던 영향이 남아 있어 골목길을 걷다 보면 아랍과 인도, 유럽의 혼재된 건축양식을 두루 볼 수 있다. 그렇게 각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역사를 담은 골목들은 한 가지씩 교훈을 가지게 되었다.
세상의 많은 골목들이 침략과 핍박을 피해 생긴 공간이기도 하다. 이란의 아비아네 사람들은 조로아스터의 믿음과 전통을 지키기 위해 이슬람의 박해를 피해 이곳에 모여 자신들만의 작은 낙원을 만들어 1,000년의 세월을 보냈다. 이란의 사르아카세이드 역시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 사이에서 안전한 곳을 찾아 첩첩 산골로 찾아들어 그곳에 좁고 복잡한 골목을 만들었다. 몽골군의 침략을 피하고 싶었던 이란의 칸도반 사람들은 화산 폭발로 원뿔 바위가 생긴 지역에 굴을 파 마을을 만들었다. 이들은 땅 한 뼘도 아껴가며 산비탈에 집을 짓고 길을 냈다. 그 골목에서 아이들은 놀고, 어른들은 일을 한다. 그래서 골목은 통로인 동시에 삶의 터전이다. 176쪽. 1만4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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